/유상록 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지난 초여름, 하지 무렵 한옥마을 소리문화관 하늘에는 소리꾼들의 목청이 울려 퍼졌다. 전북도립국악원에서 창극단 모든 단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판소리 눈대목 공연인 '소리열전'이 펼쳐졌다. '소리열전'은 전주가 소리의 고장이며, 전북이 소리의 고향임을 증명하는 공연이었다. 그 소리 안에는 만인에게 복을 나눠주는 흥보의 박도 있었고, 뭍세상을 처음 보는 자라의 휘둥그레진 눈도 있었고, 전쟁의 아픔과 괴로움을 이야기하는 군사들의 애환과 망향가도 있었고, 임 향한 일편단심을 외치는 춘향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있었고,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청이의 붉은 마음도 있었다. 2018년 단원들의 기량향상과 ‘소리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조통달 창극단장의 명제아래 만들어진 소리열전은 올해 두 번째로 진행하였고, 창극단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소리에 대한 자긍심이 깔려있었고, 모든 단원들이 참여하는 눈대목 공연은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밖에 없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역시 ‘소리하면 전라북도’라고 하는 자부심이 있었다.
  물론 모든 단원들이 소리를 빼어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얻은 것은 스물일곱 명의 소리가 모두 다른 소리라는 것이다. 전파상 중고 앰프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반복되는 똑같은 소리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리가 모두 개성이 있고 특이하여 나름대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런 다른 소리의 매력과 개성은 창극이라는 새 옷을 입고 <만세배더늠전>이라는 공연으로 관객들과 소리축제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다. 판소리가 개인의 소리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면, 창극은 서로 다른 소리의 조합을 통해 소리극의 무대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기획은 단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다. 아무리 십오 분 정도의 소리라고 하지만 완벽한 소리를 위한 소리꾼들의 노력은 피를 토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단원들은 공연 두 달 전부터 개인적인 용맹정진을 해왔다. 시냇물 같은 하나하나 소리꾼들의 노력이 모여서 <소리열전>이라는 하나의 강물이 되어 더욱 큰 예술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앞으로 소리꾼들이 마이크로 확성하지 않고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 여건만 만들어진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전북의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에게 제안한다. 우선 국립, 도립, 시립 예술단의 소리꾼이 함께하는 소리판을 만들어 연창판소리 완판공연을 시작하자. 소리축제와 남원 춘향제,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국립민속국악원의 대한민국 판놀음축제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자. 내년의 춘향제부터 시작하면 삼년이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연창 형태로 완판 할 수 있다. 독특한 전라북도만의 진정한 소리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 비록 사사받은 선생과 제는 다르지만 춘향제에는 춘향가 완판을 전북의 소리꾼이 연창 형태로 나누어 네 시간이건, 다섯 시간이건 부르는 것이다. 소리축제에서는 흥보가, 그 다음 해에는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를 연창 판소리 형태로 나누어 진정한 소리판을 만들어 보자. 이런 기획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의 소리판만이 할 수 있다. 단언컨대 전라북도의 예술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민간 예술가들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인 국공립 예술단체 예술가들이 먼저 전라북도의 소리 브랜드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예술단체는 연합하여 판을 벌이자. 일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공공예술단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공예술단들의 예술가가 힘을 합쳐 소리판을 만들어내고, 소리판을 키우고, 전라북도의 예술가들의 저력을 보이자. 더 큰 판을 만들고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전국에서 유일한 소리판을 벌일 수 있는 전라북도 예술가의 힘을 보이자.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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