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참으로 독특한 식물이다. 더러운 진흙속에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찬란하게 피어나 누구보다 깨끗한 향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연의 뿌리인 연근으로 인생 제2막을 연 이미화 자이연 대표는 마치 연꽃같은 사람이다. 그간의 수많은 경험을 양분 삼아 성공이란 결실을 피워내서다.
정읍시 태인면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자이연'에서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는 이미화 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처음부터 연근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연근은 이미화 대표가 꾸려가는 음식점의 '감초' 정도였다.
"10년 전 남편과 함께 전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했어요. 다양한 밑반찬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김부각이었어요."
그냥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김부각에 연근 반죽 옷을 입혀 튀겨서 내놓았더니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손님들이 메인 요리보다 김부각을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죠. 제가 먹어봐도 맛이 있기도 하고, 연근을 더하니 기능적으로도 손색이 없어 정신없이 만들었죠."
가게 운영은 재밋었지만 그만금 힘들었다. 몇 년 운영하고 나니 체력도, 정신력도 모두 바닥이 났다.
그러다 20여 년 전에 택지개발 때 사둔 땅이 생각났다. 그곳으로 가서 숨 돌릴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연고도 없는 정읍에 정착했다.
워낙 부지런한 성격 탓에 시골로 내려가서도 뭘 할지 늘 궁리했던 이 대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우리 음식 연구회'가 운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다 가공식품 관련한 콘테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고 따질 것 없이 도전하기로 했다.
마침 그 즈음 감자칩의 나트륨이 과다하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던 때라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체 스낵을 만드는 건 어떨까 고민했다.
답은 가까이에서 찾았다. 연근이었다. 연근을 잘만 튀겨내면 감자칩처럼 고소하고, 또 건강에도 더없이 좋으니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출전에서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되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제대로 '사업'을 배워야 겠다고 팔을 걷어부쳤다.
경영도 다시 배우고, 포장지도 연구했다. 기름으로 튀기다보니 산화될 수 있어 포장지를 선택하는 것도 까다로웠다.
"처음엔 OPP 필름에 포장을 했는데 유탕제품 특성상 산화우려가 있어 장기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발견됐어요. 수소문 끝에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필름을 찾아냈고 보관성을 높이는데 성공했죠."
연근을 숙성시켜 튀길때 '기름'도 신경을 썼다. 다른 비슷한 업체에서는 가격단가를 맞추기 위해 카놀라유를 사용하지만 이 대표는 그것도 만족할 수 없었다.
"카놀라유가 유전자 변형(GMO)유채를 사용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비싸도 안전한 포도씨유로 바꿨어요. 기름 재활용도 절대 하지 않다보니 지금까지 품질로 민원이 생긴적은 없었네요."
이 대표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연근칩은 크게 두 종류다. 조금 저렴한 대두유로 튀겨내 대중성을 공략한 '크리스피'와 건강한 맛을 찾는 '오리지널'이 그것이다.
처음 제품을 만들때 공략한 주요층은 어르신이었단다. 그런데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독특한 현상이 발견됐는데 바로 영유아 어린이들을 키우는 30~40대 젊은 엄마들이 구매 1등 공신으로 우뚝 선 것이다.
연근의 효능으로 피를 지혈해주고 속을 편하게 해 숙변제거 등이 탁월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자주 코피를 쏟고 편식으로 인해 변비에 시달리는 4~5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이 과자 대용으로 구매하던 것이 맘카페를 통해 제대로 소문이 나면서 생긴 결과였다.
연근 가공식품은 연근의 생산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연근은 꽃이 진 9월부터 꽃이 피기 전인 다음해 3월까지만 나오기 때문에 그 시기에 수확을 하지 못하면 1년 농사는 그르쳐버린다.
그러다보니 다른 농가들처럼 안정적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들쑥날쑥 인력 수급에 대처하기 위해 공정을 바꿨다. 최소한의 인력으로도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변경한 것이다.
올 봄엔 표준레시피도 완성했다.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제품이 아닌 누가 만들어도 균질한 맛을 내는 제품으로 다시한번 '성장'한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지난 삶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알려준 것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그간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매일매일 경험한다고 했다.
"현재 정읍 원예농협 내 가공공장에서 해썹(HACCP)인증을 준비중인데 이 과정이 예전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 평가인증을 받는 과정과 비슷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어요. 학부모들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던 경험으로 벤더(거래자)와의 거래를 원활하게 이어가고 있구요."
그래도 어려운 점을 물으니 결국 '단가 결정'을 꼽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북농업기술원 우수농식품 가공연구회를 통해 컨설팅 교육을 배우면서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업에도 기본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아이가 성장하며 겪는 순서들이 있듯이 저희 역시 농식품 유관기관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단계들을 활용해 왔던 것이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어느덧 연매출 2억 원을 바라보고 있는 8년차 '사장님' 이 대표는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단순한 제조업체를 넘어 사람들을 돌보는 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현대인들은 몸은 더 좋아졌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너무 지쳐있어요. 공기좋고 물 맑은 이곳을 찾아 단 하루라도 편하게 쉬면서 건강해지는 음식을 먹고 가셔서 다시 일상을 버틸 힘을 얻는다면 그런 보람이 또 있을까요?"
꼼수나 눈속임으로는 버틸 수 없는 세월이었다. 정직과 성실함으로 켜켜이 쌓아올린 이 대표의 '자이연'이 자연을 닮은 착한 기업으로 더 커나가리라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홍민희기자·minihong2503@(구매문의: 자이연, 063-53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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