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낮에는 수은주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밤에도 잠 못 드는 열대야가 8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다.

한 여름 더위를 피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싶다면, 지리산이 손짓하고 600년을 맞은 광한루가 너그러이 안아주는 남원으로의 휴가를 권한다.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지리산

지리산의 계곡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뱀사골 계곡이다. 먼 옛날 이무기가 죽은 곳이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에 따라 이름 붙여진 뱀사골 계곡은 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8월에도 오래 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다.

뱀사골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왕의 궁궐이 있었다는 달궁마을이 있다.

마한의 6대 왕이었던 효왕은 진한의 침략을 받아 지리산 자락으로 몸을 피했다. 그곳에 궁을 짓고 70여년간을 권토중래하며 때를 기다렸다. 시간은 흘러 마한이 망하고 그 자리를 이어받은 백제도 망했지만, 희미해져만 가던 흔적은 달궁리(達宮里)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달궁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 보면 쟁기소, 쟁반소, 와폭, 구암소, 청룡소, 암심소 등의 폭포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쟁기소를 지나 쇠다리를 건나면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에도 오를 수 있다.

또한, 계곡근처에는 야영이 가능한 오토캠핑장이 있고, 계곡 아래쪽에 위치한 달궁마을로 내려가면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숙소도 많다.

뱀사골계곡과 달궁계곡 근처에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신선한 나물을 이용한 산채비빔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다. 지리산 맑은 공기 속에서 자란 흑돼지는 또다른 별미다.

운봉읍에는 우리나라의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역사, 문화, 생태 정보를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백두대간생태교육장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8월 18일까지 다양한 애벌레의 성정과정과 특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꿈꾸는 애벌레’ 특별전이 열리며, 어린이들을 위한 ‘스테이힐링 워터파크’도 운영된다.

백두대간생태교육장 바로 옆에는 숙박시설인 에코롯지(문의 063-620-5752)가 있으며, 오토캠핑장도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 중 하나인 지리산 정령치는 밤이면, 그 높이만큼이나 멋진 밤하늘을 보여준다.

빛의 공해로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고즈넉한 지리산 자락에서 바라보는 것은 또다른 신세계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별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건립 600년을 맞은 광한루

명재상으로 알려진 황희가 1419년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 문제로 남원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만든 정자가 바로 광한루다.

이후 600년의 세월이 흘러 올해 8월 2일부터 4일까지 광한루 건립 600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광한루원을 비롯한 요천둔치 일원에서 펼쳐진다.

우선 2일부터 4일까지는 승월교 아래 요천둔치에서 ‘한여름밤의 막걸리축제’가 펼쳐진다. 3일에는 광한루 600년을 축하하는 기념식과 함께 600번의 타북행사, 사랑의 편지를 타임캡슐에 담는 행사가 이어지고, 대중 가수와 시민이 함께하는 축하공연, 불꽃놀이가 개최된다.

광한루 근처에는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남원예촌과 함파우소리체험관에서 한옥숙박을 제공한다.

지리산에서 시작되는 피서는 광한루에서 끝을 맺는다.

바다도 좋고 산도 좋지만 올해 여름휴가만큼은 조금은 의미 있는 곳에서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2019년 남원은 가장 의미 있는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휴가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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