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다시는 일본에 지지않겠다"

아베에 정면대응 선포··· 일 조치 '보복' 규정 고강도 비판··· "전적으로 일 책임" 연합뉴스l승인2019.08.02l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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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내놓은 대(對) 일본 메시지에는 이제껏 쉽게 엿보지 못했던 결기가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각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자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 모두발언을 통해 "단호하게 상응조치를 하겠다"며 정면대응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태악화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고 적시하며 앞으로 있을 강력한 맞대응의 귀책사유가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여기에는 향후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예상되는 만큼 명분에 있어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국제사회를 향해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서도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독려하는 등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 文대통령 이례적인 날선 비판…'日 책임론'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이번 조치를 두고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의 주장과 달리 사법부의 판단을 무역 분야에 끌어다 붙인 '억지성' 조치임을 확실히 하면서 부당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강제노동 금지'와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 "일본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 등 날 선 공세를 이어갔다.

이는 일본의 행위가 단순히 한일관계 뿐 아닌 국제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세계경제에 이기적인 민폐행위"라는 비판도 내놨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다른 나라를 겨냥한 발언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위가 높은 발언이다.

여기에는 이번 조치의 보복적 성격 및 세계 무역질서에 미치는 악영향을 부각해 일본과의 명분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치양상이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지만 명분에서 앞서나가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호적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고 못 박은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발언 도중 '미국의 중재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일정한 시한을 정해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협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미국의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결국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한국 정부가 충분히 기울였음에도 일본이 이를 외면해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평가인 셈이다.


◇ "日 큰 피해 감수해야"…'맞불' 예고 속 '지소미아' 카드 촉각
문 대통령은 이처럼 '단호한 대응'의 정당성을 강조한 데에서 더 나아가, 정면 충돌이 빚어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일본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로 한국도) 당장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경고한 바와 같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에는 일본의 규제가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일본 기업들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충돌이 일종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시점에서, 한국보다는 일본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해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 이번 조치를 대일교역 의존도 감소 및 경제 다변화 등 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한국 경제를 도약시킬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아울러 이 발언은 문 대통령이 내놓을 '맞불 카드'가 예상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발표, 문자 그대로의 '맞대응' 방안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 향후 사태의 추이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상응조치'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연장 거부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연장거부 카드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동시에 제기된다.

◇ "굴복한다면 역사 반복"…국민들 독려하며 내부 재정비
문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일본에 지지 않겠다", "승리의 역사를 만들겠다", "굴복한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 등의 메시지를 낸 것 역시 주목된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비유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회의 발언에서 '승리'와 '패배'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일이 국가적인 비상사태라는 인식 아래 내부의 전열을 가다듬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들이 지치거나 움츠러들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단호한 의지를 내비쳐 국민들을 독려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이번 갈등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외교·과거사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만큼은 한국도 쉽게 물러서서는 안된다는 문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다"며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며, 지금 이 자리에서 멈춰 선다면 영원히 산을 넘을 수 없다.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고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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