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도예일치를 구현한 유학자 석정 이정직(1841∼1910)의 서예 세계를 조밍한 책이 출간됐다.
  김도영 교수(예원예술대, 동양미학박사)가 10년 여 동안 연구한 자료를 모아 <전북 서예의 중흥조 석정 이정직>(신아출판사)을 펴냈다.
  구한말 역사적 격변기에 태어난 이정직은 고문 이론에 정통했으며 사문과 서화, 그리고 도학을 겸비했던 문인이자 호남 유학을 대표하는 실학자였다. 또 석정은 당시 시·서·화 삼절작가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명문벌족 출신이 아니며 남다른 사승관계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제자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활동공간 역시 호남지역에 국한되다시피 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그의 존재가 후학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의 학문적 관심사는 실용·실사적인 데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실학적인 경향을 지녔다. 특히 석정은 서양철학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자신의 뜻과 감흥을 표현하거나 충류를 즐기며 수심덕목인 시·서·화를 빌어 일상사의 교양으로 생활화하여 애호하면서 사군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많은 시문과 서화를 창작하며 자신의 학문과 미적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했다.
  석정 서예론을 살펴보면, 서예의 연원을 진(晋)·당(唐)에 두었고, 근골·정의·풍신이라는 서예의 삼박자와 근력과 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골고루 갖춘 왕희지를 이상적인 전범으로 삼아 자신의 참 모습을 드러내어야 한다는 ‘법고자진론’을 언급했다.
  서예 세계는 왕희지를 근본으로 하여 동기창 행서의 평담천진적 경향성, 그리고 미불과 안진경의 해서와 행서 등 명가의 장점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또 다른 행초의 예술세계를 조화·창출했다.
  김도영 교수는 “석정은 격변기였던 구한말에 서화예술을 근원을 지킨 실학자”라며 “석정이 있었기에 전북서예가 다시 용트림쳤고 전북서예가 있었기에 한국서예가 법고라는 근본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서예의 새로운 창신적 경지를 지향하는게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