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가운데 노인학대 문제가 고령화의 그늘로 작용하고 있다.

5일 전라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북 동부권 8개 시군(전주·완주·임실·순창·남원·무주·진안·장수)에서 노인학대 신고가 모두 240건 접수됐다. 이는 전년도 동기 대비 181건보다 33%p 증가한 수치다.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2.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신체적 학대 35.6%, 방임 학대 10.8%, 자기방임 학대 5.2%, 경제적 학대 3.6%, 성적 학대 1.2%, 유기 학대 1.2%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대행위자가 배우자 35.1%, 아들 32.9%, 본인 8.5%에 해당하는 등 가족 구성원이 전체의 89.3%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고령화의 그늘이 학대를 넘어 배우자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죄로 이어져 지역을 충격에 몰아넣은 바 있다.

A씨(31)는 지난 4월 22일 군산시 자택에서 아내 B씨(82)를 흉기와 둔기를 이용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 최근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치매와 당뇨 증상을 앓던 B씨를 보살펴 왔으며, 증세가 악화됨에 따라 B씨에게 “요양병원에 입원하자”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범죄 현장에서는 A씨의 유서가 발견, 유서에는 ‘너무 힘들었다. 자녀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살인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2012년부터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봐왔던 점,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가족들이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학대행위자가 가족 구성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은폐되는 등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 인식 제고 및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라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가정 내 학대가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노인학대의 특성인 은폐성으로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있다. 노인학대 문제를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학대피해노인의 안전 등 심각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대상담 전화 1577-1389를 통해 노인인구가 좀 더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내 노인인구는 36만여명으로 전북 전체인구의 19.8%를 차지하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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