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초대 관장을 지낸 이병호(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가 무왕과 선화공주를 중심으로 ‘고도 익산’의 역사성을 다룬 <백제 왕도 익산, 그 미완의 꿈>(책과함께)을 펴냈다.
  익산은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있는 역사의 도시로 마를 캐는 백제의 흙수저 청년 서동과 그 적국 신라의 금수저 처녀 선화공주의 로맨스가 펼쳐진 설화의 도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무왕과 선화공주 이야기는 설화와 역사의 경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기에 어떤 부분을 믿고 취할 것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역사상을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무왕과 선화공주에 대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들이 처한 여러 입장이 투영됐음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유산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둘러싼 정책 입안자,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주민, 지역 정치인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현실적 문제들이 얽혀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이라는 영광스러운 장면 뒤에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자가 공존히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100년전 익산이 어떻게 발견되고 그 후 어떻게 고도 익산이라는 역사상이 만들어 졌는지 살핀다.
  2장에서는 미륵사지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왕궁리 유적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3장에서는 1980년 이후 진행된 미륵사지 발굴의 성과, 동원 석탑의 복원 과정, 도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건립 과정 등 미륵사지 서탑에서 사림장엄구가 출현하기전까지 이루어진 미륵사지의 발굴·보존·활용 상황을 차례로 정리한다.
  4장에서는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수리가 결정되고 사리장엄구가 발견되기까지의 경위, 아울러 그 후 새롭게 알게된 주요성과를 하나하나 소개한다.
  5장에서는 무왕과 그 왕비의 무덤으로 알려진 쌍릉의 피장자 문제를 이야기한다.
  책은 120여 컷에 이르는 익산의 백제 유적, 유물, 발굴 현장 사진, 도면 등을 체계적으로 싣고 있어 '백제의 익산' '익산의 백제' 문화유산의 고고학적.미술사학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장기간에 걸친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의 발굴, 미륵사지 서탑의 수리와 사리장엄구의 발견, 익산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과 국립익산박물관의 발족 과정 등에서 문화유산과 정치 사이 연계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익산이라는 작은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진 문화유산과 정치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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