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지난해 시작한 ‘참여형 정책숙의제’가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한정적이던 주제 수렴 통로를 넓혀, 다양하면서 특성화된 숙의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정책숙의제는 전북교육청 해당부서가 정책을 추진하기 앞서 교사, 학생, 학부모와 논의하고 방향과 내용을 정하는 제도다.

학생들이 체험 등 주도적으로 진로를 찾는 ‘헤클베리핀 진로탐험대’가 첫 숙의 주제다. 구성원별 집담회를 한 번씩 가지면서 허클베리핀 참여대상은 한 학년에서 두 학년으로 바뀌었다.

중1 자유학기제에서 느낀 적성과 흥미를 중3과 고1 단계적, 구체적으로 탐색한다는 취지를 살린 것.

의미 있는 시도였으나 현재 진행하는 두 번째 숙의 주제 ‘5개 지역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기까지 1년가량 안건을 정하지 못했다.

도교육청 사업부서 10곳 중 교육주체에게 보편적 영향을 끼치면서 새로운 정책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나올 수 있는 사안이 한정적인데다 큰 규모 신설 사업도 많지 않아, 교육감 임기 내 7번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숙의제에 대한 교육계 안팎 이해가 부족하고 다른 시도교육청의 비슷한 정책을 살피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전북교육청은 문제점을 토대로 최근 숙의제 틀을 마련했다. 주제 수렴 기관을 확장하고 기간별, 지역별 특성화한다.

교육정책의 경우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은 그대로라 수렴 기관은 도교육청, 14개 시군 교육지원청, 직속기관 정도다.

지난 달 기관들에 숙의제 대상을 물은 결과 5, 6건이 나왔다. 사안들은 지역별 고민과 현안이고 짧게 혹은 길게 진행해야 할 것들로 나뉜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사업은 물론 오랜 문제임에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까지 아우르는 걸로 나타났다. 후자는 숙의를 통해 재조명받고 개선할 기회를 얻을 걸로 보인다.

현재 숙의 실시 여부와 시기를 협의 중이며 내년에도 교육지원청과 직속기관에 의견을 구한다.

도교육청 교육전문직과 행정직조차 숙의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 이들 이해를 돕는 자리도 갖는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논의 끝에 우리 지역에 맞는 숙의제를 찾았다. 목소리를 들을 창구가 느니 내용이 굉장히 풍성해졌고 나갈 길도 선명해졌다. 시군에서 도 단위, 직속기관에서 본청…민주적 의사결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부서에서 주관하니 건의사항을 바로 반영할 수 있고 예산도 타시도와 달리 거의 안 든다. 주제를 확정하진 않았으나 단기 1건 정도는 하반기에 할 수 있을 거다. 장학사들에게 숙의제 개념을 전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꾸준히 열겠다”고 했다.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은 피하지만 남녀공학 전환은 예외다. 학생들이 이성 간 다름을 이해 및 존중하고, 학교 선택권이 넓어져 좀 더 가까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등 전환 공감대가 있다”며 “그럼에도 전환할지 말지는 개학 후 학교 구성원과 주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다”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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