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8시께 전주시 서노송동 한 화재현장, 여인숙이 있던 터는 지난 밤 화재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화재가 발생한 여인숙 주변에는 코를 찌르는 탄내와 화재로 목숨을 잃은 투숙객이 모아놓은 폐지와 재활용품의 악취가 진동했다.

큰 불길을 잡은 소방대원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오가며 잔불정리와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투숙객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잔불 정리가 마무리 될 무렵, 경찰은 수색견 등과 함께 또 다른 피해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께 이 여인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신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소방비상 1단계를 발령, 화재 발생 30여분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이후 오후 5시 2분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 뒤, 35분 남성과 여성 각각 불에 탄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현재 이들의 신원은 수년째 여인숙을 관리하던 A씨(83‧여)와 B씨(76)으로 추정되고, 남은 1명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소방당국과 경찰이 지속적인 수색작업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은 해당 여인숙에 서류상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해당 여인숙에 거주자로 신고 된 10명 중에서 숨진이들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현재 신원을 추정하고 있는 인물들 또한 해당 여인숙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폐가와 같은 여인숙에서 매달 소정의 금액으로 장기 투숙하는 ‘달방’ 투숙객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 A씨는 “여인숙에 거주하는 이들이 폐지 등을 수집해 생활했다”며 “여인숙은 이들이 쌓아놓은 물품들로 인해 악취가 심해 사람이 살기 힘든 폐가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고령의 노인들이 별다른 벌이가 없어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이어갔다”며 “이들이 생활하는 것이 안타까워 음식을 나눠 주려고 몇 번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근 주민들은 이들이 폐지 등을 수집해, 겨우 생계를 이어오다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일명 ‘쪽방촌’으로 알려진 해당 여인숙은 건물주가 타지에 살며, 관리인이 장기투숙객들로부터 소정의 금액만 받고 운영하는 시설이다.

때문에 시설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화재와 각종 사고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곳에 살던 고령층 역시 기초생활수급비로는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 폐지 수집으로 연명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노후된 건축물에 발생한 화재로 진행속도가 빠른 가운데 고령인 이들이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화재 당시 인근 주민들이 폭발음을 들었다는 진술과 객실 내 부탄가스캔 등을 발견한 것 등을 고려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승수 전주시장은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사고자 장례 및 안전관리 사각지대 시설 해소책을 마련하고 지시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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