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결국 종료됐다. 2016년 11월 체결된 이후 3년만에 양국간 신뢰가 깨지면서 이같은 수순을 밟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논의를 거쳐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정보 교류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8월24일)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수출규제 조치를 시작한 이후 우리 정부가 대화를 통한 다방면의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일본측의 호응이 없자 결국 '종료' 라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실제로 일본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 당시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했지만 우리 제안을 거부했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조치 발표 이후 7월 두 번의 특사파견과 어제 있었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호응이나 태도변화가 없었다.

특히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와 협력에 나서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일본 아베 정부를 향해 거듭 대화 시그널을 발신했지만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정부의 지소미아의 종료 결정에 따라 한일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안보 우려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들어 남북간 군사적 긴장도가 낮아졌고, 북미간 대화 국면인데다 한미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협력이 원활하다는 설명이다.

한미간 동맹도 이번 지소미아 종료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 "미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고,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지소미아 때문에 북한 핵문제를 포함해 역내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간 동맹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며 "필요시에는 2016년 지소미아가 체결되기 이전부터 있어온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으로 협력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NSC 상임위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한 안보관계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결정을 내린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1시간여의 토론과 장고 끝에 최종 재가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 체결 이후 모두 29건의 군사정보를 주고받았다. 최근까지도 양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서 정보를 공유했으나, 오는 11월 부터는 지소미아를 통한 공유는 불가능해졌다.

한편 정부의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감정적 대응"이라며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두고 정면 충돌중인 여야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대치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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