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찰사 밥상에 오르던 9첩 반상은 무엇일까?
  전라감영 복원과 함께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인 전주시가 전주한정식의 기원인 조선시대 전라감찰사들의 식탁을 재현했다.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대가 주관한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연구 세미나’가 23일 한국전통문화전당 4층 교육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송영애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 교수는 ‘전라감영의 관찰사 밥상과 외국인 접대상’을 주제로 ▲오늘날 전주음식의 시원(始原)을 전라감영에서 찾기 위한 전라감영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결과 ▲사례 및 문헌연구를 통한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개발 결과 ▲135년 전에 전라감영을 방문한 외국인 손님에게 차려낸 상차림 재현 및 분석 등에 대해 발표했다.
  송영애 교수는 궁중의 밥상이 민간으로 전해져 오늘 서울 음식의 뿌리와 원류가 됐듯이 전라도 감사의 밥상이 전주한정식의 시작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전라도 감사는 국가적 축하나 의례 행사가 끝나면 진지상을 아랫사람들에게 물려주었는데 대략 4시간에 걸친 밥상 물림에 이어 남은 음식은 기름종이에 싸서 골고루 나누어 가져갔다”며 “감사의 밥상과 싸가지고 간 음식 등이 활용되어 전주 한정식의 원형이 되었고 이 한정식이 음식문화유산으로 계승되어 전주 한정식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송 교수는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성호사설 ▲완산지 ▲전라감사를 지낸 유희춘의 ‘미암일기’ ▲서유구의 ‘완영일록’ 등 고문헌을 바탕으로 전라감영의 관찰사 밥상을 재현해 소개했다.
  최종 음식선정 기준은 가치성, 지역성, 현실성 등을 고려해 조선시대에 왕권을 대행하는 지역 최고통치자인 전라감영의 관찰사 밥상을 9첩으로 제시했으며, 감영이 위치한 전주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려했다.
  관찰사 밥상에 오른 기본 음식은 ▲쌀밥 ▲고깃국 ▲김치(강수저, 배추김치, 물김치) ▲장류(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찌개(생선조치(찌개나 찜), 조기찌개) ▲닭찜 ▲쇠고기 전골 등이 선정됐다.
  9첩은 생채, 나물, 구이, 조림, 전, 장과(간장이나 물엿으로 조린 장아찌), 마른반찬, 젓갈, 회나 편육으로 구분했는데 이에 따라 ▲무생채 ▲미나리나물 ▲숭어구이 ▲생치(익히거나 말리지 않은 꿩고기)조림 ▲양하적(양하전) ▲죽순해(죽순 장아찌) ▲쇠고기자반 ▲새우젓 ▲어채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조선 후기인 1884년 11월 10일에 전라감영을 방문한 외국인(조지 클레이턴 포크, George Clayton Foulk, 1856~1893)이 여행일기 속에 소개한 아침밥상도 소개됐다.
  송 교수는 “포크의 일기는 전주의 음식문화가 기록된 최고 오래된 최초의 문헌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감영의 접대상, 연회상 차림이 기록된 자료로는 전라감영의 포크 일기가 유일하다. 이밖에 기생, 권주가, 북춤 등 연희문화와 주안상에 대한 기록, 전라감영의 풍경, 감사의 의복 등 감영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자료”라고 강조했다.
  발표에 이어 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장명수 전북대학교 명예총장과 김미숙 한식진흥원 팀장, 김영 농촌진흥청 연구관, 박정민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 부연구위원 등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펼쳤다.
  이번 연구결과는 9월 중 발간되는 전주음식 창간호에 기획 특집으로 실리며 오는 10월 9일부터 열리는 전주비빔밥축제에서 기획전시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와 세미나는 전라감영의 식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나아가 전주시민들에게 전주음식문화에 대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초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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