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숙 전북도 혁신성장산업국장 

최근 일본과의 경제문제로 핵심소재에 대한 기술 자립화와 관련 산업의 생태계 구축 필요성에 대하여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탄소섬유도 그 핵심소재 중 하나이다. 탄소소재산업은 장기간의 안목을 가지고 오랜 기간 꾸준하게 투자하여 기술을 발전시켜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일본에서 정부와 기업이 초기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3~40여 년간 꾸준하게 원천·응용기술을 개발하며 투자한 결과 현재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그 중요성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탄소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구체적 투자가 지속적으로 실행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미래 100년을 책임질 먹거리 산업으로 탄소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난 2006년부터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해왔다. 전국 최초로 탄소 분야 전문 연구기관을 만들고 관련 행정조직을 신설했으며 탄소 조례를 제정하는 등 남들보다 앞선 노력을 해왔다. 국내적으로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만들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를 유치하여 탄소소재에 대한 연구개발과 기업지원 인프라를 공고하게 다졌다. 국제적으로는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도입하고 연구개발을 연계하고자 국제탄소페스티벌을 개최하고 한국탄소융합기술원에 국제탄소연구소도 설치하였다. 무엇보다 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효성을 전주에 유치하면서 연구개발도 공동으로 진행하여 2013년에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3번째로 T-700급 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하여 양산하고 있다. 또한, 탄소섬유를 활용하여 다양한 부품을 제작하는 탄소기업과 상용화 인증지원을 할 수 있는 전주기 산업육성 인프라도 구축하였다. 그 결과 2018년말 현재 전북에는 137개의 탄소기업이 있고 2,357명이 종사하고 있다. 게다가 탄소기업의 집적화를 더욱 가속화할 전주탄소소재국가산업단지 약 20만평을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에 있다.
이제 전라북도가 우리나라 탄소산업의 중심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일 전라북도-전주시-효성의 투자 협약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전라북도의 탄소산업에 힘을 실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핵심소재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줄여야 함을 역설하면서 △탄소섬유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에 최대 7~8조원 투자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으로 국내 탄소섬유산업의 생태계 개선 △약 9천명의 탄소산업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효성의 탄소섬유 신규 투자가 우리 첨단소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신규 투자를 촉진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면서 특히 ‘전북을 탄소 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한 점은 우리 전라북도 탄소산업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 탄소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각각 소규모 형태로 탄소산업을 육성함에 따라 투자 효율성이 낮은 편이었다. 우리도에 있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지자체 출연 연구기관이라서 충분한 재원 확보가 부족하였고, 국가 출연 연구기관의 경우는 소수의 인력에 적은 예산으로 산발적인 연구만 수행할 뿐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종합적인 연구개발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렇듯 각각 추진하는 연구개발로 기술역량이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됨에 따라 선진기술 추격에 한계를 맞이하는 등 성과가 다소 미비한 점도 있었다. 또한 기업의 수요 맞춤형 상용화 R&D 보다는 국가 연구기관의 필요에 맞춘 R&D가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탄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정책의 개발, 제도의 정비,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전라북도에서 그 해결책으로 우리나라의 탄소산업을 총괄 컨트롤하면서 이끌어 나갈 탄소산업진흥원 설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정운천 의원 등 19명의 국회의원이 ‘탄소소재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다만, 탄소산업진흥원 설치 예정 지역을 두고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는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탄소산업진흥원이 설치되면 우리나라 탄소산업 전반에 대한 △종합정책 개발 및 집행 △정책·제도의 연구·조사·기획 △시장창출을 위한 시범사업 등의 추진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 △창업·연구개발 지원 및 인력 양성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탄소소재법 개정으로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 설치되어 지역에서 혜안을 가지고 씨를 뿌린 탄소산업이 태동기를 지나 대도약하여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책임지는 열매를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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