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만세절벽

  위안부와 강제징용.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 전쟁은 식민지의 국민이었던 우리민족에게 씻기 어려운 피해를 입혔다. 이역만리 남태평양의 섬에 끌려와 고향을 그리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비극이 공연으로 만들어 졌다.
  Interactive Art Compnay 아따(이하‘아따’)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역사 음악창작극 ‘꼬마’. 3일과 4일 오후 7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태평양 전쟁 당시 조선인이 사이판 남양군도로 강제 징용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품이다. 1944년 7월 사이판의 마피산 근처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역사 음악창작극으로 2019년 현재 93세가 된 위안부 할머니와 1944년 당시 18세였던 위안부 소녀 ‘꼬마’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꼬마’는 스페인어 ‘COMO’에서 온 말로 한국어로 ‘조선인’을 뜻한다.
  꼬마는 사이판 전쟁 당시 아무런 힘도 희망도 없던 한 위안부 소녀의 개인적인 모습인 동시에 그 시대를 건너온 모든 조선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이판의 마피산 서쪽 근처 동굴 속에서 은신하며 자신의 고향 순창 ‘갈미바위’의 전설을 믿으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조선 청년들과 일본의 속임수로 4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온 조선인 군무원도 등장한다. 달팽이를 삶아먹을 줄 몰라 생 달팽이를 먹고 즉사하고 강압에 의해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며 절벽을 뛰어내려야만 했던 조선인 청년들과 위안부의 핍박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 꼬마 연습장면

  정상식 연출은 “연출제의를 받았을 때 기획자가 직접 현장에서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작품에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꼬마’역은 고승조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원이 맡아 소리와 연기를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공연기간 동안 대공연장 입구에는 지난 7월 사이판에 가서 직접 강제징용의 흔적을 담아온 천승환 작가의 사진이 전시된다.
  이 공연을 기획한 김지훈은 “배우들 대사 중 흰 목련꽃이 자주 등장한다. 봄이 오기 전에 꽃이 져버리는 흰 목련꽃은 독립을 간절히 원했지만, 이를 보지 못한 우리 조선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공연을 만들었다. 태평양 섬 가운데 아름다운 섬으로 기억하는 사이판에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있음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마련한 8일간의 공연예술 축제 ‘2019 전라북도공연예술페스타(JBPAF)’가 3일 막을 올린다. 페스타는 재단의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행사다.
  ‘꼬마’등 16개 작품이 3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익산솜리예술회관, 익산예술의전당, 정읍사예술회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도내 7개 공연장에서 연극, 무용, 음악,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을 선보인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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