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술 전주시의회의장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침략 행위가 온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파기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한일관계가 어느 때 보다 냉각된 상태다.
 그간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역사 앞에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일본의 잘못된 인식에 망연자실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대국 일본의 비양심적인 행위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상식이하의 행동에 나서는 아베정권의 파렴치한 행위를 보면서 일제치하의 36년이 다시 생각나 분노가 절로 솟구친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동북아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이다.
 국교 정상화 이후 과거사 문제로 삐걱거리던 때도 있었지만, 양국 정부는 서로의 신뢰를 다지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왔다. 양호한 한?일 관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반드시 필요하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온 중요한 이웃이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며 양국 갈등이 심화되고 나라 안팎의 불안요소가 커져가고 있다. 기업들의 공장 가동은 물론 일본과 관련된 관광?식품 업계까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본 아베 정부를 향한 반대운동과 극일을 외치는 대규모 캠페인은 물론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상품 불매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한일경제 분쟁이 우리 국민들에게 심각한 반일감정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가는 튼튼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한일 양국의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매우 우려스럽다. 한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당당하고 의연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시민들을 볼 때면 우리의 저력을 새삼 느낀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말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과 함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도 “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조치가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는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어느 누가 보아도 과거사 문제를 경제 부문으로까지 연계시켰다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를 외교적으로 원만하게 풀어 나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왔지만, 일본은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해버렸다.
 그 피해는 애꿎은 양국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거리에서는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일본 제품 불매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의 강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현명한 외교적 줄타기가 필요한 이때에 한·일 양국의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민족주의적인 반일(反日)감정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합리적인 정책방향과 해법을 모색하며 극일(克日) 방안 마련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야 한다.
 엄중한 현실과 역사 앞에 일본 정부는 더 이상 부당한 경제 조치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주창했던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원칙’에 철저히 배치되는 불법적인 행위는 이제 그만 거두길 바란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산업화와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다. 양국의 문화 콘텐츠와 교육 수준도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두 나라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 나갈 공동의 주역이자, 모든 영역과 분야에서 전략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파트너이다. 우리가 일본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일본도 우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양국이 맞잡고 있는 손이 서로를 꺾기 위한 팔씨름이 아닌 서로의 발전을 위한 악수가 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협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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