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나철(1863~1916)은 시대적 격변기에서 주목할 만한 행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그는 독특하게도 근대 이행기에 개신유림으로 활동하다가 다시 종교 사상가로 변신한 인물이었다.
  현재 나철은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대종교를 중광하여 항일민족 운동에 인적·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 졌지만 기존 연구는 대종교를 ‘민족종교를 표방한 독립운동 단체’로 간주하고 주로 민족독립운동사적 관점에서 연구했다. 나철의 개인 연구 역시 그런 토대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나철의 사상과 대종교 자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욱재 교수(충남대 유학연구소 연구원)는 <공존의 인간학·제2집>(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에 기고한 기획논문을 통해 “이제까지 나철 사상 연구는 역사적 실체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갔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철과 대종교 사상 연구의 기초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철 및 대종교의 사상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 문헌 수집이 상대적으로 소홀했기에 우선 대종교 자료의 면밀한 수집·정리와 1차 사료에 대한 충실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 예로 나철의 사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백봉교단’에 대한 연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에서야 백봉 자료가 수집·정리돼서 그동안 학계 일부에서 허구의 인물 내지 가상의 교단으로 여겨졌던 ‘백봉’과 ‘백봉교단’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대종교 중광을 전후한 시점에 ‘백봉교단’의 방대한 경서류가 초기 나철의 대종교단에 전해졌으며 저술 주체도 나철의 대종교와 전혀 상이한 대상이라는 점도 확인 됐다는 것이다.
  뒤늦게 확인된 ‘백봉교단’의 실체와 자료는 나철의 사상형성 ㄷ과정 및 사상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당위성을 준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대종교 교주로서의 나철의 사상을 온전히 파악하려면 근래에 발견된 ‘나철 친필본’(나철의 친필 유서)을 비롯하여 나철의 문헌을 수집·정리하여 사료 비판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철을 도통한 도인이나 종교적 성인으로 보는 관점에 따른 호교론적·찬양론적 성격이 담긴 일부 연구를 거론하며 나철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나철의 직접적인 언설들을 시대적인 산물로 생각하여 당시의 맥락과 상황에서 학문적으로 분석·검토하고 비판해야 한다”며 “그래서 박제된 성인 이미지가 아닌, 역사 속에 살아있는 나철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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