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폭탄이라면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핵폭탄이죠.”

17일 김제시 용지면에서 축산 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소식에 걱정이 태산이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 경기도 파주시 한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다.

A씨는 김제시 용지면에서 10년째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현재 모돈 250여 두를 포함한 3000여 두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이 곳은 45개의 축산농가가 모여 12만 8000여 두의 돼지를 키우는 전북지역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규모 양돈단지다.

이 중 20개의 축산농가는 타지역에서 자돈을 입식해 키워 유통하는 위탁형태의 농가인 탓에 경기도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A씨에게는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A씨는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을 듣고 걱정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국내에서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경우 백신도 없어 혹여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모든 축산농가는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년 전 인근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농가에서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돼지농장 외부차단 및 타지역 이동 금지, 지역모임 취소 같은 기본 대비책뿐이라 더욱 답답하다”고 현재 농가 분위기를 전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고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현재 상용화된 백신도 없고, 해당 바이러스가 냉장육과 냉동육에서도 수개월까지 생존 가능해 발생한 농가의 돼지들은 거의 살처분 되는 실정이다.

A씨는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규정하는 7~8개의 검사 장부를 챙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에 열병 발생으로 살처분을 할 경우 귀책 사항이 1건이라도 나오면 보상 금액 20%가 삭감돼, 재대로 보상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30분 정부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발생농장 등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하고, 전국 돼지농장‧도축장‧사료공장‧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48시간동안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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