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석왕동 쌍릉의 소왕릉에서 문자없는 정교한 묘표석이 발견되어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과 익산시(시장 정헌율),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는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소왕릉 발굴조사 과정에서 묘표석이 확인되어 20일 오후 2시에 발굴현장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문헌 기록에 의하면 익산 쌍릉은 백제 무왕과 그의 왕비 능으로 알려져 왔고, 고려 시대에 이미 도굴된 기록도 남아 있다. 이들 두 고분은 1917년 일본인 학자(야쓰이 세이이쓰, 谷井濟一)에 의해 발굴된 바 있으나, 정확한 정보를 남기지 않아 2017년 8월부터 고분의 구조나 성격을 밝히기 위한 학술조사가 진행되어 왔다.

발굴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내 최초로 왕릉급 고분에서 석비(石碑)형으로 된 것과 석주(石柱)형으로 된 두 종류의 묘표석이 발견된 점이다.

석비형 묘표석은 일반적인 비석과 유사한 형태로 석실 입구에서 약 1미터 떨어진 지점에 약간 비스듬하게 세워진 채로 확인, 크기는 길이 125㎝, 너비 77㎝, 두께 13㎝이며, 석실을 향하고 있는 전면에는 매우 정교하고, 뒷면은 약간 볼록한 형태다.

석주형 묘표석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봉토 내에서 뉘어진 상태로 발견되어 원래 위치인지는 불분명하며 길이 110㎝, 너비 56㎝의 기둥모양으로 상부는 둥글게 가공되었으며, 몸체는 둥근 사각형 형태다.

두 묘표석은 문자가 새겨지지 않은(무자비, 無字碑) 형태로 발견되었다. 참고로 석주형 묘표석과 비슷한 예는 중국 만주 집안(集安) 지역의 태왕릉 부근에 있는 고구려 봉토석실분인 우산하(禹山下) 1080호의 봉토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번에 묘표석들이 나온 소왕릉의 봉분은 지름 12m, 높이 2.7m 정도로, 암갈색 점질토와 적갈색 사질점토를 번갈아 쌓아올린 판축기법이 사용, 대왕릉 판축기법과도 유사하다.

석실은 백제 사비시대의 전형적인 단면 육각형 굴식돌방무덤(횡혈식석실)으로 석실의 규모(길이 340㎝, 폭 128㎝, 높이 176㎝)는 대왕릉의 석실 규모(길이 400㎝, 폭 175㎝, 높이 225㎝)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측벽 2매, 바닥석 3매, 개석(덮개돌) 2매, 후벽 1매, 고임석 1매의 구조 짜임새는 동일하며, 석재 가공 역시 치밀한 편이다.

연도는 길이가 짧은 편으로, 연도 폐쇄석과 현문(현실 문) 폐쇄석이 두 겹으로 구성되어 대왕릉과 같은 양상이다. 소왕릉 석실의 바닥에는 관대(길이 242㎝, 폭 62㎝, 높이 18㎝)가 놓여있다.

소왕릉은 선화공주와 관련된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고분으로 이번 발굴에서는 관련된 적극적인 자료는 찾을 수 없었지만 봉토나 석실의 규모와 품격에 있어서 왕릉급 임을 확인했다.

특히 발견된 묘표석은 각각 석실입구와 봉토 중에 위치하고 문자가 없는 점에서 무덤을 수호하는 진묘(鎭墓)와 관련된 시설물로 추정할 수 있으며, 백제왕실의 장묘제 연구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익산=김종순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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