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력 언론매체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한국에서 음식으로는 상대할 곳이 없는 도시'로 전주를 소개했다.
최근에는 최고의 남성매거진 에스콰이어 중동판 '여행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해야 할 100가지'에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미식여행지로 전주를 선정하기도 했다.
전주역에 도착하면 '유네스코 음식문화 창의도시'로 전주를 소개하고, 비빔밥과 한정식을 홍보한다. 즉, 전주는 음식문화가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거 오랜 기간 전주는 음식의 고장으로 전국에 소개됐다. 맛과 멋, 값싸고 푸짐한 음식의 정 등으로 전주는 유명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관광객들과 많은 전주시민은 과연 이 말이 맞을까 궁금하다. 중년 이상의 많은 전주시민들은 전주가 음식의 고장인 것은 과거에는 맞는 말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맛 집이 사라지고, 같은 음식이 너무 비싸지고, 식당주인들이 불친절한 것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많은 전주시민들도 공감하는 감정이다.

◆서비스와 가격

국민이 체감하기에 전북지역 음식업계의 서비스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북지역 음식업주 및 직원들은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를 말하는 것에 인색하거나 어색해 한다.
단지 "저기 앉으세요." 정도가 식당을 찾은 손님에 대한 안내의 전부일 뿐, "이 정도면 알아서 음식을 주문하겠지"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정도면 맛있는 음식이니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 음식만 내주면 되지, 뭔가 다른 친절은 불필요하겠지"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란 게 타 지역 사람들의 전주권 식당에 대한 인식이다.
이는 전주만의 특징이며, 타 지역에서 이렇게 장사할 경우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 온 공공기관의 직원들과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교육받는 타도 공무원들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타당성이 크다.
전주혁신도시 이전기관 A 과장은 "손님은 음식 맛과 함께 쉬운 접근성, 편리한 주차, 환대, 세팅, 청결, 맛, 가격 등 가치에 비용을 지불한다."며 "수년간 전주지역 식당을 이용한 결과, 본인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전북 식당주인들의 서비스 마인드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님은 맛있고, 싸고, 즐겁고, 친절함을 원하는데, 업주가 이런 서비스를 파는 마인드가 없어서는 곤란하다"며 "경기불황 및 무한경쟁 속에서 '고객에게 어떻게 해 줘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 했다."고 강조했다.
무한경쟁 시대에 보다 매력적인 서비스를 발굴하지 않으면 방문객들의 냉정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란 게 A 과장의 지적이다.

전주 음식점의 문제가 서비스에서만 뒤처지는걸까. 가격은 적당할까?
전주혁신도시의 식당에서는 대구탕 1인분을 1만5천원에 판매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비싼 편인 1만5천원 대구탕인데, 특별히 질이 좋거나 맛있지도 않다는 게 주변 직장인들의 평이다.
혁신도시 직장인들은 인근 이서면 순대국밥 집이나 김제지역 유명 분식집을 더 많이 찾는다.
가격과 서비스의 문제는 혁신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 때 전주를 음식고장으로 유명하게 했던 한정식, 막걸리 집 등에서도 가격과 서비스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무뚝뚝한 서비스 응대는 전주 한옥마을과 삼천동 막걸리골목 등 유명 관광지에서도 여전하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서비스 질 향상이 조금 이뤄질 만도 한데, 음식점주들은 "맛있으니까 왔겠지, 알아서 먹고 가겠지"란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게 보통이다.
또한 매년 1천만 관광객을 돌파한 전주한옥마을의 한정식은 전주 고유의 한정식도 아닌 퓨전 일색이며, 1인당 1~2만원이던 시절은 한참 지나 3~5만원을 들여야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받는다.
삼천동 막걸리골목에서도 막걸리 3주전자와 푸짐한 안주가 1만2천원~1만5천원이던 시절은 사라졌고, 5만상·7만상 등 가격 경쟁을 벌이는 곳이 허다하다.
예전과 똑같은 음식을 성의 없는 접시에 내어놓으면서 막걸리 몇 주전자에 20~3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에 관광객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온 B씨(44)는 "이게 전주다운 음식인가 궁금하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 가짓수만 많았지 이런 반찬을 내놓고도 장사가 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차라리 한 주전자 마시고 삼겹살집을 가는 게 후회가 없겠다"고 꼬집는다. 이곳을 소개한 전주시민 역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예전과 다른 비싼 가격에 형편없는 반찬이다.

◆음식관광

여행 경험과 정보가 풍부한 시대를 맞아 특화되고 맞춤화된 여행상품이 증가하는 가운데 음식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음식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면서 관광에도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게 음식관광이다.
이제는 먼저 다녀온 이들에게 관광지의 음식에 관해 묻기도 하고, 맛 집을 추천받는다. 여행 후에도 맛있었던 곳이나 기억에 남는 음식에 관한 정보를 SNS 등을 통해 공유한다.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맛 집' 리스트 등 SNS에서는 '음식' 그 자체가 관광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음식은 또한 다방면의 관광자원과 융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개발해야 할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다.
관광 선진국들은 이미 음식문화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고, 음식의 관광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음식을 목적으로 한 음식관광여행을 컬리너리 투어리즘(culinary tourism)이라고도 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방문 목적도 쇼핑 다음이 음식일 정도로 음식관광은 관광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음식이 각 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은 대표 얼굴인 만큼 관광객들 역시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만의 향토음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관광객들은 방문지역에서의 독특하고 기억할만한 식도락 경험을 하는 행위를 목표로 하기도 한다.
특히, 한식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생활 모습을 갖추면서도 맛과 지혜 등이 녹아 있어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들 역시 각 지역만의 특색 있는 향토음식을 즐기기 위해 국내 관광지들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국내 관광지들은 음식관광을 발전시키기 위한 관광객들이 만족할만한 준비를 갖추고 있을까.

◆음식관광 선진지

지형과 기후 등의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달라지게 되고, 그중에서도 음식은 가장 다채로운 변화의 양상을 보이게 됐다.
따라서 외국을 여행할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수단으로 '음식'으로 꼽는다.
또한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따라갈 수 있는 콘텐츠도 흔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시는 먹는 즐거움으로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이다.
부산에서 배편으로 불과 2시간반이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삶과 음식문화가 우리와 크게 차이를 보인다.
이에 해마다 한국 관광객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후쿠오카시 관광추진기구는 한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포탈에서 '후쿠오카 음식관광'을 검색하면 후쿠오카 시내 현지인 추천 우오타츠 스시(가성비 갑), 원카루비 야키니꾸(친절한 직원들), 에스비야 우동(줄 서기 아깝지 않은, 한글 메뉴판도 잘 정리), 기온데이 돈까스(직장인 많이 찾는 곳, 한국어 메뉴판, 저렴하고 맛있는 곳), 나카스강변 포장마차 거리 등 음식관광 후기가 쏟아진다.

▲후쿠오카시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 위치한 '키와미야 수제 햄버거'집에는 한국인들이 줄을 서는 게 보통이 됐다.
이곳은 후쿠오카 방송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이 많음을 자주 소개할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다.
이집에서는 수제 햄버거를 880엔, 밥+국+셀러드 등은 300엔에 판매하고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한국인 관광객 K씨(52)는 "한국 젊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이곳을 찾았는데, 풍미가 독특하면서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면서 "후쿠오카시 중심인 하카타역을 자주 지나다 보니 이곳을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가게를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아 가격은 처음과 동일하다.

▲후쿠오카시 나카스 상점가 내 실내마차인 '마사카토' 본점(이자카야)은 퇴근 후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선술집이다.
이곳 실내마차의 구로기리시마(고구마 소주) 900㎖ 한병이 2,500엔, 삼겹살·새우·닭껍질·닭간 등 야끼도리(꼬치구이)가 90~300엔 등으로 적당한 가격이어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가게다.
관광객들은 모쯔나베(곱창전골)와 고마사바(새끼고등어 조림) 등을 1050엔 정도에, 생맥주 500㎖ 한잔을 500엔에 사먹기도 한다.
특히, 저녁 6시~8시에 주문하면 50%까지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품목이 많아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집을 찾은 직장인 후미까(24)씨는 "가격과 맛, 서비스가 모두 좋아 일본의 젊은 직장인이 많이 찾는 가게"라고 설명했다.
가게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나카무라 점장(43)은 "역사는 14년이지만, 싸고 맛있어 단골이 많다."며 "가격은 처음 오픈할 때 그대로의 가격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 가게들의 공통된 장점은 서비스이기도 하다.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일본인 점원들의 친절은 이미 유명하다./황성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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