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연방향을 3·1운동 100주년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재조명하는 것으로 잡았던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이 창극단 제52회 정기공연으로 ‘만세배 더늠전’을 마련했다.
  지난 2월 독립운동을 중심에 둔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음악회 ‘어머니는 기다린다’에 이은 ‘만세배 더늠전’은 일제의 압제 가운데에서도 우리 전통을 지켜 나간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모두 14개의 장면과 10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됐으며 총 49곡의 노래와 판소리 다섯바탕의 ‘더늠(명창들의 장기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세배’는 극중 인물 최진사가 죽기 전에 조선팔도를 유람하며 일제가 못 부르게 했던 우리 소리를 원 없이 듣고 싶어 만든 배.
  작품은 ‘만세배’를 타고 우리 산천과 현해탄 넘어 일본까지 유람하며 신산했던 우리네 삶을 다양한 소리와 해학으로 풀어낸다.
  등장하는 소작농, 미선공, 매갈이꾼, 징용노동자, 뱃사람, 가수지망생, 소리꾼, 징병군인 등은 일제의 억압을 온전히 받아내며 속 시원하게 울분을 터놓을 수 없었던 보통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어 일제 치하 36년간을 갈무리한다.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문화를 일궈냈던 곳, 하지만 그 때문에 고난의 시기에 더 큰 아픔을 겪어야 했던 전라북도의 이야기를 올곧이 작품에 담아냈다.
  핍박에 시달리며 일해야 했던 군산 미선공들의 파업, 옥구평야의 이엽사 농장 소작쟁이들의 농민항쟁, 일제가 미곡수탈을 위해 건설한 전군가도, 젊은 시절 강제징용을 당해야만 했던 이종린의 귀국기 등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한명이 최대 여섯 역할을 돌아가며 다양한 개성으로 각 인물들을 묘사하고 표현해내는‘멀티(Multi)’창극단원들의 캐릭터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모든 창극단원들이 3일에 걸쳐 연창했던 ‘소리열전’ 공연을 보고 각각에 어울리는 역할을 담아낸 고선웅(작가·협력연출)의 정성과 단원들의 진하고 농익은 성음과 절제된 춤사위가 만나 정점을 이루었으며 이에 더해진 30인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수성가락은 작품의 맛을 살렸다. 
  무대는 장면별 회전 무대로 만들어진 만세배를 설치하여 관객들에게 시각을 통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하였으며, 창문과 무대바닥에 영상을 활용하여 장면별 상황과 풍경이 나타나도록 했다.
  작창은 작품 노랫말에 전통 판소리의 사설을 차용하거나 모티브(Motive)로 하여 극적인 흐름에 기준을 두었으며, 음악은 국악관현악의 웅장함과 장면별 상황을 표현해주는 수성반주의 경쾌한 선율과 리드미컬한 장단으로 작품에 흥을 더했다. 
  일제 치하 전라북도의 실제 사건을 담아내는 의미 있는 작품의 무게만큼 창작 제작진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참신한 발상과 해박한 소리지식으로 작품의 틀을 구성한 임영욱 작가, 전통판소리 원전의 소리를 살리면서 민요 ? 가요 등 한국인의 흥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악을 섞어 작창한 한승석, 민족의 정서를 담아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풍류의 멋을 한층 올려준 작곡가 김성국, 지역의 젊은 청년 연출가로 단원들과의 연습에 열정을 다해준 연출가 이왕수, 민중의 삶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유쾌하게 풀어낸 스타연출가 고선웅이 작가와 협력연출을 맡았다.
  특히 고선웅은 이번 작품에 그만의 특징인 확장된 구조와 특유의 질감, 등장인물들의 역동성, 캐릭터 등 모든 것을 담아냈다.  
  퇴임을 한 달 여 앞두고 마지막 공연을 올리는 조통달 창극단장은 “단원들과 함께하는 연습시간 매순간이 뜻 깊고 감사하다”며 이번공연이 더욱 특별하고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태근 국악원장은 “이번 정기공연을 통해 국권의 소중함과 광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있을 거라 예상 한다”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한편 이 작품은 ‘2019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작’으로 10월 2일 오후 5시, 3일 오후 3시 두차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서 열린다. 전석 2만원(예약 ticket.interpark.com).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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