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근무환경은 ‘공평한 업무배분’과 ‘저녁이 있는 삶’ 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교육청이 ‘직장공동체 문화, 우리가 만들어가요’라는 주제로 다룬 ‘직장공동체 문화개선 토론회’에서 구성원들이 제기한 문제로, ‘상명하복의 고착화된 직장분위기’가 여전하고 ‘근무시간은 잔무가 마무리될 때 까지’라는 모든 것에 우선인 직장 문화가 공직사회에서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소속 7급 이하 직원과 장학사와 6급 직원들을 각각 구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7급 이하 직원들은 청렴문화가 확산되고 관리자의 솔선수범, 학습휴가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데 반해 과중한 업무로 퇴근 후 잔무가 적지 않고 원활하지 못한 소통, 모호한 업무분장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휴일에 개최되는 직원대상 행사, 근무시간외 단체 채팅방사용, 습관적 야근과 회식문화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반 사기업보다는 자기개발 시간이나 업무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인식됐던 교육공무원들조차 일반의 직장인들이 느끼는 고충과 불편함을 그대로 겪고 있음에 다름 아니란 점에서 직장문화 개선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각종 통계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90%이상이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업무관련 메시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들 80%이상이 퇴근 이후 업무관련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있을 만큼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사치가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 다음가는 장시간 근로국가 2위의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야간근무는 만연해 있고 회식이나 접대, 잦은 출장으로 인해 근로자 삶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불만이다. 여기에 업무특성상 연장이나 야간 근무가 많았던 직장인들은 줄어든 실질소득 만회를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할 정도다. 저녁 있는 삶이 먼 곳의 이야기인 이유다.
안정감, 재충전, 편안함을 모두 아우르는 저녁. 공무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고 사용자나 노동자 모두에게도 멀리 있어서는 안 될 단어다. 몸이 집이면 마음도 집이어야 한다. 퇴근 후의 삶을 정부가 강제해서라도 정착시켜야 하는 것은 저녁이 없는 삶은 곧 고통이고 부담이고 불안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회적 재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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