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의 부끄러운 민낯

오피니언l승인2019.09.30l15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


우리 사회에서 지성인으로 불리는 대학교수들의 차별과 혐오스러운 막말이 끊이질 않는다. 도내 한 국립대 교수는 강의실에서 자신이 다니는 유흥업소에 여학생이 많다. 일본 불매 운동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단다.
부산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북 콘서트에서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고,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이후 확산하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대학교수는 전쟁이 나면 여학생들은 제2의 위안부, 남학생들은 총알받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은 박근혜를 탄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일이라는 정치 편향적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모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여성에 비유한 발언에 이어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해보라는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해당 교수는 두 해 전 야당의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대학생과 청년 간담회에서 일베 권유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국회의원들의 막말도 예외는 아니다. 야당의 한 의원은 조국 장관을 소시오패스, 인격장애로, 또 다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루빨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감정을 받으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모 의원은 조국 장관에 정신병이 있다고 했고, 당 대표는 대통령의 안보 대책을 비판하면서 ‘벙어리’라는 말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 조롱 목적으로 장애나 질환과 관련된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학문의 자유가 있고 사상의 자유,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욕설이나 막말이 그렇다. 국민적 정서에 어긋나는, 더욱이 역사문제를 왜곡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다.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모이는 곳에서 일부 교수들이 여기에 먹칠하고 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입에 담기 부끄러운 수준의 막말에 이들 교수의 자질마저 의심스럽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의 수준은 의식주 등 경제적 요소가 아닌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별 뜻 없이 말했어도 말한 것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민족의 흥망성쇠는 문화와 언어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언어와 문화를 잃게 되면 정신도 육체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키케로는 눈썹과 눈, 얼굴색은 우리를 자주 속인다고 하면서 그중에 가장 우리를 잘 속이는 것은 말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 CEO, 교수, 고위공직자와 같은 인사들은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잘못된 말이나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지 알 수 없고, 그 파장 역시 크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지만,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구설수의 대상들은 알만한 사람들이다. 옛말에 ‘혀 밑에 도끼가 있어 사람이 자신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라고 했다. 말의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사람은 말로 사는 존재이니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말의 무게를 무겁게 가져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 지성인, 사회지도층 등 공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혀는 우리의 신체 중에서 작은 일부이지만 그 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모름지기 말을 생각하고 해야 한다. 한번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무심코 던진 말이 와전되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옛말에 ‘배 밭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수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시대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그런데 미래 한국을 짊어질 상아탑에서,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건강한 가치관을 해치는 막말과 같은 표현은 궤변 중의 궤변이다. 더욱 심각한 건 비교육적이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같은 말은 아니다.


오피니언  opinion@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전라일보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5038]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75  |  대표전화 : 063)232-3132  |  팩스 : 063)284-070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 동 성
Copyright © 2019 전라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