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 농사지은 거 수확해야 하는데 다시 태풍이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1일 오전 10시 남원시 산내면에서 벼농사를 지내는 농민 이석엽(72)씨는 속절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태풍 ‘링링’과 ‘타파’로 인해 1년 내 공들여 키운 벼를 절반가량 수확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제 18호 태풍 ‘미탁’의 북상 소식에 한줌의 희망조차 놓아버렸다.

이씨가 농사를 짓는 남원 산내면은 25명의 농가가 모여 560ha달하는 면적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이 씨는 해당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농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강풍을 동반한 링링으로 벼가 쓰러지고 많은 비를 동반한 타파로 벼가 물에 잠겨, 이 지역의 대부분의 벼의 낟알에 싹이 트거나 썩어 많게는 50%에서 20%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 씨는 “링링과 타파로 피해를 입었을 때 직접 논에 나가 벼세우기 작업을 했지만, 수확철에 맞춰 오는 태풍에는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태풍이 본격적으로 오기도 전에 비가 이렇게 많이 내려서 논에 콤바인조차 들어갈 수도 없고, 물에 잠겨 싹이 트고 썩어가는 벼를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하며 망연자실했다.

벼농사의 경우, 태풍에 대한 대비책으로 논에 있는 물을 빼는 것 외엔 대비책이 없지만, 그마저도 앞선 태풍으로 인해 이미 도복(작물이 비바람으로 쓰러짐)된 벼들로 인해 계속 물길이 막혀 사실상 농가에서 대비할 수 있는 대책은 없는 셈이다.

그는 “40여년 간 벼농사를 지었는데 올해처럼 연이은 태풍은 살면서 처음 겪는다”며 “태풍이 오기도 전에 물폭탄이 내려 남은 벼를 수확하지도 못하고 갑갑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지역 대부분의 농가는 올해 농사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 농가에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태”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농업기술센터는 올해 7월과 8월 잦은 강수와 일조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낟알수 감소와 태풍으로 인한 도복으로 미질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년대비 쌀 생산량은 4.5%정도 하락하고, 20kg당 쌀 가격은 전년대비 1만원 상당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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