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조차 잊을 정도로 오래되고 익숙해진 차별. 전북 지역 아동 청소년들은 기억을 되짚으며 차별을 깨달았고, 같은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을 내놓는 등 작별을 고했다.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전북지속협)가 올해 처음 진행한 전북 아동‧청소년 차별사례 공모전 ‘차별 어디까지 받아봤니’를 통해서다.

차별을 인식하고 예방하기 위한 공모전은 도내 8세~24세 대상으로 차별사례와 해결방법을 제안 받는 방식이다.

2일 오후 7시 전북도교육청에서 연 시상식에선 전북지속협 유혜숙 상임대표 인사말을 시작으로 이은주 사무처장의 공모전 소개, 시상이 잇달았다.

수상작은 모두 10개. 9월 20일까지 접수한 10건 중 우수사례인 전북교육감상과 좋은 사례인 전북지속협의회장상 각 5건을 정했다.

전북지속협 아동청소년 행복지표위원과 분과의원 일부로 꾸린 심사위원단은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차별을 아이들이 받고 있는 게 충격”이라며 “이를 없애기 위해 아동청소년분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해결해보자”고 총평했다.

수상자들은 공모전 참여계기를 나눴다. 김찬우 씨는 “지인 소개로 어렵게 참가하기로 했다. 뭘 어떻게 쓸 지 막막했는데 정말 술술 썼다. ‘내가 차별을 받았구나’라고 느꼈다”면서 “다른 아이들이 내가 겪은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별사례 연령대는 5개로 구분했으나 8세~10세와 11세~13세는 참여하지 않았다. 실제 경험하거나 목격한 게 대부분이고 창작한 건 1건이다.

상황과 종류의 경우 아동청소년 특성상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성(性), 공부, 인권, 인종, 외모, 재정 등이다. 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근본적, 실질적 교육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감상 수상자 중 김대건 씨는 교육복지대상자로서 겪은 상황을 나눴다.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그는 본인 의견과 상관없이 적성에 맞지 않는 교육복지활동을 한다.

그만둔다고 하면 선생님들이 불량학생이라는 편견을 만들까 두렵다. 그가 원하는 해결방법은 원하고 필요한 활동을 직접 택하는 거다.

김유리 씨는 다문화 가정이라서, 성 소수자라서 차별받았다. 서양 쪽은 위로 보면서 동남아 쪽은 아래로 보는 건 무슨 경우인가 싶고 자꾸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것도 이해가지 않는다.

성소수자인 그는 선생님이 안 계실 때 ‘퀴어’ 관련 발표를 했다. 교회 다니는 선생님이 가만있지 않을 게 뻔해서다.

덧붙인다. ‘친구야 나 한국 사람이고 넌 내 취향 아냐. 네가 지나가는 남자 다 좋아하지 않듯 나도 그래’라고.

10대에 바로잡아야 성인이 돼서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만큼 남녀평등, 다문화가정, 성수소자 관련 인권교육도 하자고 권한다.

김재희 씨는 학생다움이란 이름으로, 어른 잣대로 개성을 무시하는 걸 목격했다. 머리 스타일을 단속하고 교복 위 외투를 못 입는 게 그렇다.

적절하지 못한 규제는 청소년 개성을 무시하고 그 기억은 훗날 타인에의 존중을 가로막을 수 있다.

청소년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아니라면 당사자와 대화하고 협의하는 등 존중해달라 말한다.

김찬우 씨는 외모비하 발언을 꾸준히 들어야 했다. 가장 자주 듣는 건 ‘크고 작다’는 건데 머리는 크고 다리는 짧다는 뜻인 걸 나중에야 알고 크게 상처받았다. 그가 좋아하거나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 주변에선 ‘축하해’보다 ‘예쁘냐’가 앞선다.

강사나 영향력 있는 유튜버들이 사례를 바탕으로 어디서부터 뭐가 차별인지 명확하게 알려줘, 차별하는 이들이 문제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지우 씨는 교육지원청 주관 외국역사탐방을 언급했다. 학업성적이 안 좋고 수업시간에 많이 자는 학생이 탐방에 가겠다며 손을 든다.

선생님은 보지도 않은 채 가고 싶은 사람을 찾고 특정학생이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손 든 친구가 가고 싶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탐방 뒤 보고서와 회의를 이유로 안 된다 하고 결국 성적 좋은 학생이 간다.

탐방 같은 외부활동 시 일종의 허락제인 교사나 학교 추천보단 누구나 지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천제로 피해받았다면 구제 체계를 마련해야 할 거다.

전북지속협의회장상 수상자 가운데 강민경 씨는 명문대에 진학한 동갑 친척과 비교당한 상황을 나누며 부모님이 자식 의견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김소희 씨는 본인이 봉사하는 아동센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바라봤다. 피부색과 부모님의 미숙한 한국어로 놀림을 받거나 학교 내 각종 제도 차별로 상처받는 아이들.

다문화가정이 느는 추세, 그들이 차별 없는 학교와 세상을 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남궁지영 씨는 립밤과 거울을 챙긴 남학생에게 잔소리하는 선생님을 마주하고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성인지 교육 받는 걸 권한다.

유지희 씨는 동생과 차별하는 아빠를 언급하며 아빠가 달라지길 기대한다. 사례를 창작한 정인아 씨는 흑인이란 이유로 손가락질하고 웃는 한국인들 태도를 지적하며, 어릴 때부터 인종차별 관념을 바꿔야 한단다.

공모전을 진행한 전북지속협 이성중 팀장은 “아동청소년들을 만나서 홍보했음에도 참여가 적었다. 주제가 무겁고 어렵다 보니 부담스러워했다”며 “아동청소년이 행복한 전라북도를 만드는데 첫 걸음을 뗀 소중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사례 홍보방안을 모색한다. 우수사례를 전시하거나 연재하고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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