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선 또다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1일, 28일에 이어 세 번째 열린 이날 집회엔 주최 측 추산 300만 명의 시민들이 조국법무부장관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8차 촛불문화제에 참석,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지검과 광주지검 앞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같은 시간 서초경찰서 인근을 비롯해 서울시내 곳곳에선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지난 3일 대규모 광화문 집회에 이어 조장관구속과 문재인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며 역시 시위를 벌였다.

진보와 보수진영의 끝까지 가보자는 세 대결을 앞세운 맞불집회로 국론은 두 동강 났고 정치는 실종됐다. ‘조국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놓고 둘로 나뉜 국론은 결국 일반인들까지 가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며 극도의 혼란을 양산하고 있다. 어수선한 민심과 불안을 잠재워야할 정치권이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선동하며 국민을 앞세워 거리정치에서 끝장을 보려 하니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선동정치, 관제대모, 당원할당동원령 등의 구태 정치 단어들이 다시 등장한데 대해 6,70년대 정치혼란기를 다시 보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검찰수사가 한참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명운을 걸다시피 달려들어 최고수준의 압박을 가하고 있으니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피해 역시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단 점에서 지금은 물론 향후가 더 걱정이란 말은 절대 지나치지 않다.

국민이 안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논의하고 최선의 해법을 찾아내야할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오히려 국민에게 자신들의 문제까지를 더해 ‘국민’의 이름으로 못되게 이용하는 지금의 부추김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조국 사태’가 가져온 국가혼란 핵심이 결국 정치권의 복잡한 자기셈법 결과임을 국민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야 모두 내부에서 지금의 정치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민심이반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드러내는 목소리 뒤에 있는 묵묵히 침묵하는 절대 다수 국민을 두려워할 때가 됐다. 북핵, 한일, 미중, 돼지, 태풍이란 단어에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국민들이다. 저녁과 주말과 휴일만이라도 쉬고 싶은 국민이다. 거리정치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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