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전북학연구센터 개소식이 동학농민혁명 국기념일 제정 세미나와 함께 있었다. 전북연구원에 설치한 작은 기구이지만 전북학 출범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전북학이란 전북지역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전북학은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사회, 지리, 환경 등 제 분야에 걸쳐 지역을 연구하여, 전북의 지역의 특질을 밝히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북지역에 대한 연구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전북학은 전북이 주체가 되어, 중앙이 아니라  전북의 관점에서 전북지역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전북학은 보다 학술적이고 객관적이며, 국가사와 견주어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되어진다. 
지역학은 현재 역사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제분야에 걸친 학제적 연구이다.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그 지역을 입체적으로, 총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지역학이다.
지방화시대에 지역학은 지역발전의 필수 기반이다. 그 결과 광역자치단체만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지역학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그간 광역자치단체로 지역학이 없는 곳은 전북 뿐이었다. 늦었지만 전북학의 출범은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학이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북학을 왜 해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문제의식이 희석되면 그간의 지역에 대한 연구와 다를 것이 없게 될 수 있다. 문제의식이 분명해야 전북학의 필요성도 더 분명해진다.
같은 선상에서 지역을 살리는 전북학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지역학이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어 지역공동화 현상을 막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수도권 주변의 대학들이 지역학 강좌를 설강하여 애향심을 키우는 긍정적 결과를 내고 있다.
지역학은 세계화, 미래학 등과 궤를 같이 하는 면이 있다. 지역학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타 지역과의 차별성을 찾아 자기 지역의 결집력을 키우고 지역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화 시대 모토인 지역의 세계화를 위해서 전북학은 자신의 고유의 지역가치와 함께,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포용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북학은 전북의 뿌리를 찾는 것이 그 토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한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지향성을 가지고 미래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전북학의 상품화 내지 산업화이다. 지역학이 부가가치를 지닌 상품화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지역학의 가치에 더 공감하게 해야 한다.
전북학이 가면서 끊임없이 부딪칠 문제가 전문성과 대중성이다. 그러나 지역학에서 이 둘은 기본적으로 같이 가야 한다. 전문성은 전북지역에 대한 학술적 전문적 연구이고, 대중성은 대중화로 도민들이 전북학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할용하는 측면이다.
전북학이 전북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선상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자료를 조사 수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앙의 자료가 아니라 지방의 자료를 통해 지역사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역사에서 미진한 연구분야와 주제를 우선적으로 연구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도 시급하다.
전북학은 지역학의 성격상 도민들과 같이해야 완성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전북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한 성과물이 나와도 그것이 도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그 가치가 절감된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이래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전주학을 수행해 오면서 고민해 왔던 것의 하나가 ‘전주학연구’라고 할 것인지 ‘연구’를 빼고 ‘전주학’이라고만 할 것인 지이다.
전북학의 출범을 기대했던 지역연구자의 하나로서 전북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몇 자 적어 보았다. 이제 닻을 올린 전북학이 전공자들과 도민들이 같이하여 현재의 미진한 여건을 딛고 발전적으로 순항하기를 바란다. 2019년 올해는 전북학이 출범한 뜻깊은 해이다.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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