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한정 전북대 의과대 약리학 교수 

  지난 6월에 농업과 의학이라는 주제로 농생명 소재 메카의 도시, 전주에서 의학자와 농학자 1천여 명이 모이는 교류의 장을 가졌다. 이어 10월에는 전남여수에서 제약과 연구를 주제로 성대한 약학회가 열렸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바이오시대가 농학-질병-약학이 연결되는 흐름이 돼 호남권에서 고유의 기반, 즉 전통적인 농도의 기반 하에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약은 약 캡슐 하나가 자동차 1만대의 생산성을 추월하고, 반도체 이후의 GDP연계 국가기반산업을 조성하는 핵심기술 산업으로 성장했다. 송도바이오, 오송의 제약단지에서 전북도는 농생명 먹거리 기능성 식품에서 고부가가치의 약이 도출되는 전주기 사이클이 활성화되어지는 초입에 있다고 하겠다.
  전북도는 농도이다. 어머니의 손길로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기 전에 농부의 땀이 밤새 영글어서 아침에 이슬을 머금은 자연의 농산물이 지역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전주를 떠올리면 비빔밥이 생각나고 멋진 한식이 먼저 연상되는 그런 먹거리로 대표되는 지역인 것이다. 먹거리 순방의 관광지로도 각광받는 전북도의 기반은 역시 농생명 소재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농생명 소재의 또 하나의 축을 이제는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는 버드나무의 잎과 껍질이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환자들에게 사용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버드나무는 진통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현재 가정상비약으로 복용하는 아스피린은 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 1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항암제, 탁솔 역시 주목나무에서 얻어진 것이다. 최근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길가나 개울 근처에서 잡초로 무성한 이 쓸모없이 흔한 풀이 갑자기 신약의 보고로 보이고 있다.
  전라북도의 주요작물 중 하나인 인삼을 포함한 농작물은 약용작물로 보호받고 있으며 생산, 유통을 지원하는 조례가 이미 2015년 제정이 되어서 운용되고 있지만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른바 종자주권이다. 최근 10년 동안 농산물 종자대금, 즉 로열티가 1400억 원이 지출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보호하고 육성하는 약용작물이나 전주의 먹거리 농산물조차 해외에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우리 땅에서 경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전북혁신도시의 농촌진흥청은 약용작물을 포함한 신품종 개발과 연구에 보다 적극 임하여야 하며 이와 연계하여 자국의 종자로 육성한 농산물을 제약산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반 투자 역시 전북도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의 청년이 떠나고 있다.
  인구 소멸지수가 적색을 띨 정도로 전북은 노령화되는 인구구조에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청년이 필요한 것은 일자리이며 이들이 지역 내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지역에서 환류하는 체제를 기성세대가 제시해 주어야 한다. 새어나가는 불필요한 기술료를 줄이고 고유의 농산물을 약용 작물화하고 이들을 기능성 식품을 넘어 제약화하는 시스템을 전북도와 농촌진흥청, 그리고 지역제약업과 약학계가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청년의 일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도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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