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전북 한옥마을의 전주백반과 한정식이 전국 미식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당시 전주의 유명음식점들은 무뚝뚝한 응대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맛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요즘 전주를 찾는 관광객을 이들 음식점으로 안내하기 부끄러워졌다. 맛이 변하고, 가격이 오르고, 품질이 떨어졌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다. 관광객들 역시 과거 전주의 장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내린 평가다. 한상 푸짐했던 전주 막걸리 집들 역시 같은 혹평을 받고 있다. 실제 전주시민들이 외지 손님을 유명 맛 집으로 안내했다가 낭패를 경험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민들은 부안 상설시장과 격포항, 군산 비응항 등의 맛 집 역시 바가지 상흔만 남아있다고 자조한다. 왜 이렇게 전북지역 음식점의 맛과 가격, 서비스 등이 하락했을까 궁금한데, 전북 지자체 담당자들 역시 이유를 모른다. 음식점들은 서비스 향상에 무덤덤하고 맛을 지키기 보다는 가격 올리기에 급급하고, 지자체에는 관련 교육과 홍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전북 음식관광을 발전시킬만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 이와는 반대로 음식관광을 통해 관광산업을 크게 일으키고 있는 지역도 많다. 바가지 상혼과 불친절한 서비스 등을 극복하고 음식을 관광산업에 연계해 성공하고 있는 지역을 국내외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규슈관광추진기구

음식 때문에 규슈를 방문했다고 말하는 관광객이 많다. 규슈관광추진기구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인 관광객 중 34.7%, 홍콩인 관광객 중 38.0%가 음식 때문에 규슈를 방문한다. 한국인 역시 상다수가 음식 탐방을 이유로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규슈의 8개 공항 중 7개 공항에서 인천과의 직항로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에게 규슈는 인기 관광지역이다. 지난해 규슈에 511만6,289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이 중 한국인 관광객이 240만9,000명(47.1%)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다음이 중국, 대만, 홍콩 순이었다. 올해는 3월까지 121만7,989명의 관광객이 입국했는데, 이 중 69만3,000명(56.9%)이 한국인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절반을 넘어 매우 중요한 손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규슈관광추진기구는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년간 한국인이 규슈에 숙박하는 시간은 평균 2.88일박(주말 2.28일박)일이었다. 이를 늘리기 위해 규슈관광추진기구는 서울 등지에서 한국관광회사들이 참여하는 관광설명회를 500회나 열었다. 또한 SNS를 활용하고,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투어를 진행했으며, 제주도 올레길을 참고해 규슈에 21개의 올레투어 코스를 개발해 한국말로 된 브로셔를 배포하고 있다. 또한 아직 시골 음식점까지 신용카드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고 있어 한국인들의 결제가 어려울 것을 감안해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말 안내판을 늘리고 있다. 또한 스탭들은 한국말을 배우고 있고, 한국인 직원 채용도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줄서는 맛 집들을 개발해 홍보하고, 쿠마모토 마쯔리(축제)를 한곳에서 집결시켜 개최함으로써 관광객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음식관광

규슈의 중심인 후쿠오카시의 하카타역 인근 '키와미와 햄버거'집과 '텐진 호르몬(곱창)' 나카스점을 알고 있는 한국인이 많다.
규슈관광추진기구 해외유치추진부 요코야마 타케노리 차장은 "이곳의 와규는 한국 소고기보다 싸고, 맛도 있다. 큐슈의 음식은 가짓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맛과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여기에 일본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와 친절함까지 더해져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관광객들의 경우 거리가 가깝고 비용도 저렴해 국내 여행이라 생각하고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대로 맛이 전승되고 가격도 변화 없이 저렴해 중복적으로 찾는 관광객 비율이 매우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규슈 후쿠오카 등의 가게들은 규모를 확장하는 경우도 드물고 퓨전음식으로 변화시키지도 않아 옛 맛이 지켜지는 경우가 많고, 가격 또한 변함이 없어 단골 관광객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규슈관광추진기구는 종업원들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카드 및 휴대폰 결제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민간기업 및 가게들과 함께 서비스, 맛, 가격 유지를 위한 계몽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수집한 빅데이터에서 관광산업 및 한국인 관광객들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는 게 보이는 만큼 규슈관광추진기구는 정확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나카스
 
후쿠오카시의 '나카스' 구역은 동경 '신주쿠'와 오사카 '미나미'와 함께 일본 3대 유흥가로 꼽힌다. 이곳에는 3,700여 개 유흥업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주변에는 맛 집과 식당들이 즐비하다.
나카스 강변의 포장마차(얏다이)에는 이른 저녁부터 직장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린다. 어묵과 오뎅 꼬치에 정종과 맥주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한 직장인은 "선술집이라 저렴하고, 맛도 있는데다, 운치까지 있어 회사 동료들과 자주 찾는다."면서 "요즘은 관광객들이 먼저 자리를 잡아 자리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나카스 강변 옆 상가 내 이소마루 수산에서는 24시간 해물요리를 판매한다. 해물요리답게 마구로 돈부리 695엔, 고바레(연어알) 스시 799엔 등 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각종 덴뿌라나 카니미소(꽃게 알구이) 499엔 등 잔술과 함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도 상당수 찾는다.

◆맛과 가격 유지

나카스 상점가 중앙은 유명한 하카타 라멘집이 차지하고 있다. 24시간 손님이 끊이지 않는데, 기본 라멘이 290엔으로 인근에서 최저가이면서 가장 맛있는 돈코츠(돼지뼈 육수) 라멘으로 유명해 남녀노소 손님 층이 다양하다. 여기에 30~40엔을 추가하면 갓김치나 숙주 등을 토핑하고 정종 1잔(280엔)을 추가로 먹는 사람들도 많다. 인기가 높고 가게 위치도 중앙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 집 라멘 가격은 21년 전 가격 그대로이다. 이 가게 사장 야마꾸치(60)씨는 "최근 한국 관광객이 증가하고, 젊은 손님까지 가게를 많이 찾고 있어 한국인 입맛에 맞게 육수 간을 낮추고 매운맛을 추가하고 있다"면서 "장사가 잘되는 이유는 싸고, 맛있고, 한국인에게 친절한 게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부부 역시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하는 만큼 올해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카스 지역의 오래된 맛집 골목인 다문거리에는 '지도리야'라는 지도리(토종닭 숯불구이)집이 있다. 40년 전통의 본점 인기에 힘입어 6년 전 다문거리에 지점을 냈으며, 부부와 딸들까지 일가족이 가게를 운영한다. 지도리 1마리는 4~5인 기준으로 5,200엔, 여기에 시로나 구로 기리시마(소주)을 마시는 술집인데, 우리나라 토종닭 집 가격과 비슷한 셈이다. 안주가 모자라면 오꼬노미야끼 1000엔을 추가하면 된다. 이집 주인 나가세 타카토(53)씨 역시 장사가 잘 되는 첫 번째 이유를 '맛'으로 꼽았으며, 가격 역시 가게를 처음 오픈할 때와 같게 유지한다.  
나카스 강변 상가 내에는 가볍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백반집도 있다. '렌엔노후케'라는 야채가게 내부에 뷔페식 점심식사를 제공하는데, 생선, 조림, 튀김류(680~700엔) 식단을 고르면 2~3가지 반찬이 따라 나오고, 밥과 미소시루(된장국)를 추가하면 100엔을 더 받는다. 반찬을 추가할 경우 1접시에 120엔을 받는 것은 한국인에게 조금 야박하게 보이지만, 가정식 기본 반찬만으로도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이집 주인 츠바끼 기오까(79)씨와 츠바끼 히로도(79)씨 부부는 15년 동안 이 가격을 유지하며 손님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묻자, "야채가게에서 야채와 함께 신선한 고기와 생선을 취급하다 보니 맛있고 신선한 재료로 부담 없게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면서 "손님이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모습이 좋고, 손님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게 좋다. 더불어 나이 먹어서 일하는 것도 좋다. 이익은 크게 바라지 않는다. 손님 건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사진=장태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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