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농업 분야에 대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을 도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전북도도 농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향후 전개 될 WTO 협상에서 더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결정으로 타격을 입게 될 농업 분야에 대해 유연성을 갖고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래 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하면 반드시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향후 협상이 진행되면  높은 관세가 적용됐던 농산물의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자국 농산물 시장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때 논의한 내용에 따르면, 개도국은 직접보조금(변동형 직불금)의 지급한도(AMS)가 1조 4,900억원이지만 선진국은 8,195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쌀을 수입할 때 부과되던 관세율도 현재 513%지만, 선진국 지위를 얻으면 393%까지 낮아지게 된다.
특히 한국은 쌀 수출국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보조금을 지원해 농가 소득을 보전해 왔지만, 향후 협상에서 선진국 지위를 얻으면 농가 지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농산물 가격 폭락까지 겹치게 된다면 농업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회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북지역도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전국 국내 쌀 생산량 중 16.2%가 전북에서 생산됐다. 농가소득도 경기도와 제주도 다음으로 높다.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보조금 감축 등이 발생하게 되면, 도내 농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27일 전북도는 WTO 개도국 상실이 미칠 농민들의 우려와 걱정에 공감하면서도 당장 도내 농업 분야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생기게 될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정부 방침에 맞춰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당장에 어떠한 제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정부의 방침이나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여서 도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지만,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교한 검토와 분석을 통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의원(전북 김제, 부안)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WTO 내 개도국 지위 포기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종회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우루과이라운드 체결에 이어 동시다발적 FTA(자유무역협정)에 의한 시장개방 확대, 정부의 농정실패로 농가경제는 악화일로에 놓여있다"며 "대책도 없이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공염불만 반복하는 태도는 정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중당 전북도당도 "자국 농업과 농민의 운명보다 트럼프의 말이 우선"이라며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포기 선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듯,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국제무역의 틀이 바뀌고 농업분야 전반에서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전북도도 농민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속도감 있는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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