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환 전라북도의회 의장

기다리던 ‘전북 군산형 일자리’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 컨소시엄이 지난 24일 정부·전북도 등과 함께 군산공장 가동 계획을 밝히면서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발표했다.
군산형 일자리의 핵심은 노동자와 경영자,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공정경제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명신 등은 군산과 새만금 일대에 2022년까지 4122억원을 투자해 전기완성차를 생산할 계획인데, 공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기업과 노동자, 원청과 하청업체, 지역사회의 상생을 기반으로 한다.
임금과 근로조건 등은 상생협의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했고, 노사갈등이 발생하면 상생협의회의 조정안을 수용하도록 했다. 원청과 하청업체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하며, 지역산품을 일정비율 의무 구매하는 등 기업과 지역사회가 선순환구조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군산형 일자리는 한국지엠처럼 공장 폐쇄시 지역경제가 와르르 무너지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적극 개입해 노동자와 기업의 동반성장과 지역사회와의 선순환구조를 제도적으로 촘촘하게 구축해놓으려는 것이다.
군산형 일자리는 광주나 구미와는 달리 노·사·민·정이 참여해 협약안을 만들어낸 전국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는다. 노사가 손을 잡고, 사업장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발전을 도모하는 이상적인 형태다. 한국지엠 사태 이후 지역 경제를 추스르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사회, 지자체가 노력한 결과다. 이제 첫발을 뗀 단계로, 군산형 일자리가 지역과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모델로 정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군산형 일자리를 보면서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의 중요성이 새삼 다가왔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지역의 고용·노동의제를 놓고 지역사회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사회적 기구다. 군산은 한국지엠 사태 이후 노동자와 시민단체, 지자체, 정치권이 참여하는 노사민정협의회를 구성해 기업환경과 노동여건, 경제구조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는데 마음을 모았다. 각자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공동체가 함께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두터운 기업층, 촘촘한 경제구조는 비단 군산만의 과제는 아니다. 14개 시군이 모두 군산 같은 경제구조를 갖출 수도 없다.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성을 확보할 때 일자리의 생명력도 길어지고, 지역 경쟁력도 높아진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전북에는 광역 단위인 전북노사민정협의회와 군산시 전주시 익산시 완주군에 노사민정협의회가 구성됐다. 아직 8개 시군은 지역의 경제문제를 공론화할 기구가 없다. 노사민정협의회가 구성된 지역 중 군산처럼 지역사회의 합의를 이뤄낸 곳도 있지만 기구만 있을 뿐 아직 방향성을 찾지 못한 곳도 있다.
그래서 지난 8월 전북도와 고용노동부, 경영자단체, 노동자단체가 ‘전북 기초단체 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 지원단’을 꾸렸다. 지역의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노·사문제와 기업환경, 노동환경, 경제구조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찾고 지속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원단은 우선 시군 노사민정협의회 구성과 협의회의 실효성 있는 활동을 도울 계획이다. 우리 전북을 군산처럼 지역사회가 함께 고용과 노동, 경제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공동체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역 특성에 맞는 기업 구성과 고용구조, 노동환경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지역사회의 합의와 협력이 전제된다면 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 전북이 하루빨리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튼실한 경제구조를 갖춘 지역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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