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땅끝 도시로 여겨졌던 목포시에서 식당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이 관광객들을 곤란과 불쾌함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고속도로와 철도로 목포시를 찾은 관광객들은 목포시의 맛과 경치에 감탄했으나, 비상식적인 음식가격에 놀라 모처럼의 관광 기분을 망치기도 했다. 사람이 몰리자 목포시 횟집들은 1kg당 6만원 상차림이던 가격을 최대 18만원까지 올렸고, 목포시에 여장을 푼 관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음식을 사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에 항의하는 관광객들도 많았고, 목포가 고향인 출향민들이 식당 상인들과 크게 싸우는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남해안 고속도로가 연결되고 고흥 및 완도 등으로의 교통로가 확보되자 목포시는 유달산을 구경한 후 그저 지나치는 도시로 관광산업이 하락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식당가들과 목포시는 자정 노력과 관광진흥 시정을 펼치며 다시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시작했고, 1kg당 6만원 횟집 상차림 가격이 회복됐다.
전국적으로 피서철이면 바가지 상혼으로 관광객이 다시는 찾지 않게 만드는 시절이 길었으나, 이제는 관광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요 원동력임을 알고 음식 서비스 유지에 노력해 효과를 보고 있는 지자체와 명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수 낭만포차거리

여수시 중앙동 낭만포차거리는 여수시 구도심 활성화의 일등공신이다. 여천시, 여천군과 통합된 여수시는 중앙동이 구도심으로 분류되면서 낙후를 면치 못했었다. 다행히 인근에서 여수엑스포가 개최되면서 원도심 정비사업 혜택을 봤다. 그러나 지금의 원도심 활성화 혜택의 일등공신은 낭만포차거리다. 여수엑스포역에서 내려 엑스포관들을 구경하고, 여수 신항과 자산공원 등을 거쳐 하멜등대, 이순신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 데 낭만포차 거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시는 여수박람회 이후 중앙동의 침체를 막기 위해 박람회장 연계 코스로 해양공원을 개발했고, 돌산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카와 대교 등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아름다운 야경을 꾸몄다. 여수 밤바다 야경을 보며 술 한 잔 즐길 수 있는 곳, 중앙동 이순신 광장 못 미쳐 형성된 것이 낭만포장마차다. 관광객들이 여수를 찾는 주요 이유 중 20% 이상이 음식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각종 해산물이 풍부했던 여수는 전라도의 맛까지 더해진 풍부한 음식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이런 가운데 여수 밤바다에서 해양공원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며 추억의 포장마차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관광객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민관 자정노력

중앙동 낭만포차거리는 대박을 치면서 주변 상인들의 질투의 시선을 받았다. 처음에는 낭만포차 거리에만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쇄락하던 상점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맞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옛 상가들에도 손님이 몰렸고, 하락하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등 혜택이 확대됐다. 한편으로는 포장마차 매출이 급상승하자 자본가들이 몰려들었고, "서민층 지원 사업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바가지 요금이 고개를 들고, 위생 등 서비스도 형편없다는 여행 후기가 각종 블로그 등에서 등장했다. 이에 여수시 박성재 도시재생과장은 "처음 낭만포차 1, 2기 운영 당시 시행착오와 가격, 맛 등에서 소홀함이 있었다."면서 "3기 낭만포차부터는 손님 1인당 1만원, 4인 기준 세트 안주는 4만원이라는 협약을 상인들과 맺고 자정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낭만포차는 18개 포장마차(지역민 2개, 청년층 7개, 시민 6개, 차상위층 1개, 장애인 1개, 다문화·북한이탈주민 1개 등)가 계층별 지원을 받아 선정된다. 3기 낭만포차는 9월까지 운영을 마무리했다. 현재 여수시는 4기 포장마차 운영을 지원하는데, 4기 낭만포차는 돌산2대교 하부에 세워진다.
또한 여수시는 각종 민원에 대응하는 지도 단속을 꾸준히 펼침과 동시에 요식업 위생교육과는 별도로 포장마차 운영자를 대상으로 월1~2회 운영자 교육을 통해 친절한 응대, 바가지 상술 금지, 위생 철저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박성재 과장은 "여수엑스포 및 해양공원 등과 함께 지역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는 낭만포차 거리 운영에 여수시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시의 영업질서 지도와 함께 운영자들 역시 관광객 유지를 위한 맛과 서비스, 가격 유지 등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국제시장

부산시 중구 국제시장은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되면서 전국에 크게 알려졌다. 국제시장은 자갈치시장 등에 비해 그리 오래된 전통시장은 아니다. 해방 이후 생겨난 국제시장은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몰리면서 그 세를 확장했고, 서울과 함께 우리나라 동남쪽 의류시장 유통 역할을 하며 세를 다졌다. 특히,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이 크게 성공한 후, 그 세가 저물어가던 전통시장에 큰 활력이 생겼다. 그 성공에 힘입어 주변 시장들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들었고, 각종 매체에서 먹방(맛집 탐방 방송) 주제로 국제시장의 맛 집들을 소개하면서 지금은 다양한 외국인들까지 많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국제시장은 사실 부산시 중구에 있는 약 18개 전통시장 속에 포함된다. 부산시는 관광객들에게 먹거리코스를 소개할 때 자갈치시장에서부터 신동아시장, B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 국제시장, 창선동먹자골목, 부평깡통시장 등의 동선을 제시한다. 먹거리도 다양해 생선회와 생선구이, 한정식, 족발, 아구찜, 밀면, 돼지갈비까지 식당이 즐비하다. 특히, 값이 싼 씨앗호떡, 충무김밥, 순대, 부산어묵, 비빔당면 등이 각종 방송에 소개되면서 남녀노소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아리랑시장 먹자골목, 젊음의 거리 등 식당가에 관광객들이 몰린다. 이 모든 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그저 "부산국제시장을 다녀왔다"고 회상한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국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부산시민들 역시 이들 지역을 '국제시장'으로 칭할 정도로 국제시장은 부산 전통시장을 대표한다. 이전부터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이용되던 국제시장은 부산시 중구의 전통시장들을 대표하고 있다.

◆역시 맛과 가격, 서비스

국제시장 번영회가 2015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침체기에 들었던 국제시장(1~6공구)에서의 평일 관광객만의 유동인구는 3만 명, 주말 6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은 인근 시장들에 비해 유동인구가 조금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침체기에 비해 여전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관광객들이 있다. 인근 시장들과 함께 먹거리 식당이 즐비한 덕에 맛·가격·서비스로 승부하는 식당들이 많다.
국제시장 이상우(75) 번영회장은 "국제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오픈한 개인점포들이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소문이 일부 있지만, 아직까지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가게가 많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소개한다. 국제시장 1공구 먹자골목에 있는 실비포장마차(포항집, 감포집, 거창집, 청도집 등)들에서는 막걸리, 소주, 맥주 등에 안주를 제공한다. 예전과 같은 다양한 안주를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무한리필 안주 제공은 같다. 가격도 예전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다른 도시에 비해 저렴한 게 장점이다. 또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첫번째 안주값 5천원이면 이후 안주를 무한리필 제공하는 가게도 생겼다. 때문에 단골 이용객이 많으며, 맛과 가격, 서비스 등이 좋기로 소문이 나 맛 집 지도를 보고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 이에 근처 실비포장마차 주인들은 한 때 복층 다락방까지 손님이 밀렸던 영화를 다시 한 번 누렸다. 이밖에 5공구의 선술집과 밥집 등 시장상인들만 아는 식당까지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BIFF광장의 씨앗호떡이나 아리랑시장의 비빔당면, 깡통시장의 부산어묵 집 등에는 주말이면 줄을 서는 관광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등 부산 국제시장이 부산시 관광산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국제시장 번영회 등 각 전통시장 상인회는 수시로 상인대학 등에서 자체 교육을 통해 서비스와 가격 유지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극성스러웠던 자갈치시장 상인들 역시 관광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맛과 가격 등 유지를 위한 자정 노력을 펼치고 있다./황성조기자(사진=장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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