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2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강 여사의 소천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과 차분하게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며 "애도와 추모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2019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후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강 여사의 임종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강 여사의 2남3녀 중 장남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으로 누나 재월씨와 동생 재성, 재익, 재실 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상주인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청와대는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유족을 뜻을 전달하고 빈소와 장지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고인은 최근 노환 등 체력 저하로 건강 상태가 나빠져 부산 시내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에 부산으로 내려가 문병했을 때는 병세가 다소 호전됐으나 이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날 오후 7시6분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으로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경남 거제로 피난을 내려왔다. 거제와 부산을 오가며 행상과 연탄배달로 생계를 꾸리고 문 대통령을 뒷바라지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남북 평화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흔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 고향을 찾아가보고 싶다"며 실향민인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특별휴가를 내고 상주로서 빈소를 지킨다. 청와대 참모진은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별도의 조문단을 꾸리지 않고 평상시 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장례기간을 제외하고는 국정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예정된 일정은 그대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에 따라 내달 3일부터 5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원래대로 진행된다. 다만 31일 대통령 주재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연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혹시 긴급한 상황보고가 필요할 수도 있어, 이에 대비한 공간확보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의 모친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은 이날 저녁 강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사실상 비공개 가족장을 고수하는 만큼 5부 요인과 정치권 등의 빈소 조문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천주교 부산교구에 따르면 빈소는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됐으며 오는 31일 오전 10시30분 장례미사가 진행된다. 장지는 경남 양산의 부산교구 하늘공원.
/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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