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직접 고위급 협의를 제안하고, 두 정상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공감하면서 악화일로의 한일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 차 태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베 총리에게 즉석에서 대화를 요청해 11분간 단독 환담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당시 정상회담 이후 13개월 만에 제대로 마주앉은 자리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으며,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노력하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사실 이번 순방 전까지도 한일 정상간 회담 성사는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전 조율없이 아베 총리를 옆자리로 이끌어 먼저 환담을 제안하면서 ‘깜짝 만남’이 이뤄졌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등으로 꼬인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한일 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전 특사를 보내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조율을 하고, 최근에는 일왕즉위식을 계기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친서를 전하는 등 지속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이날 두 정상의 환담이 향후 한일 관계 개선에 미칠 영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는 종료 시한이 19일 앞으로 다가온 지소미아가 될 전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 발언에서 “북·미 간의 실무 협상과 3차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위에서 대륙과 해양의 장점을 잇는 교량국가로 동북아와 아세안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성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또 아세안+3가 함께 해야 할 과제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외에도 테러·기후변화·재난관리·미래 인재양성 등을 언급하고 “개별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아세안+3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