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선 전주대학교 부총장 
 
 
2019년 한 해 감사와 결실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울긋불긋 단풍으로 전라북도의 산하가 어우러지고 있는 11월을 맞이하였다. 10월의 마지막 주간(10.28.~11.3.)은 교육부에서 정한 인문주간이다. 2019년 인문주간의 주제는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이며 전국 39개 기관에서 인문학 관련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전라북도에서는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강연 및 토론회 등이 열렸다.
인문주간이란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여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매년 10월 마지막 주를 인문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열네 번째 인문주간이다. 인문주간은 많은 이들에게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 인문학적 효용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주일간 펼쳐진 인문주간동안 인문학의 중요성이나 효용성, 가치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 신문을 비롯한 방송매체는 찾아볼 수 없다. 실용학문, 성공위주의 현 세태를 반영한듯하여 무척이나 아쉬운 한 주간이었다.
 인문학이란 “Humanities”와 “Liberal Arts”라는 두 가지 용어로 번역되는데 Humanities라는 용어는 인간다움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 Humanitas에서 유래된 용어로 인간문명, 인류문화, 인간 중심 혹은 교양으로서의 공통적 지식을 의미한다. 언어학, 문학, 역사, 법학, 철학, 윤리학 등이 인문학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대학의 기본 및 필수학문으로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으로 요약되는 인문대학 없이는 대학이라 할 수 없었다. 인문학이란 대학에서 뿐 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기본 학문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학 및 자연과학, 의학과 같은 실용학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 대신 물질만능 또는 성공제일주의 시대가 되었다. 이로 인해 인해 빈부격차로 인한 세대 간, 계층 간 다양한 갈등이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이 인문주간동안 모든 방송매체가 인간다움 또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진정한 인간다움과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며 인간이 살아가는 우리사회가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 등을 제시하는 한 주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이제 온 산천이 단풍으로 물들며 산과 들에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11월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어린 시절 형형색색의 단풍철이 되면 학교교정에 떨어진 낙엽을 책 사이에 곱게 끼워 책갈피를 만들며 무척이나 행복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단풍철을 맞이하여 행락객들이 넘쳐나는 유명관광지에 가는 것보다 단풍과 낙엽이 있는 옛 교정에 들러 ‘진정한 인간다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를 생각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보다는 자족하며 행복한 11월을 맞이하였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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