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가야계 고분군이 밀집한 곳에 자리한 남원 청계리 고분군의 성격을 밝히고 보존?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정밀발굴조사를 추진 중이다.
  남원 청계리 청계 고분군은 남원 아영분지 일대의 최대 고분군인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 남원 월산리 고분군(전라북도기념물 제138호)을 내려다보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고분은 시루봉(770m)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산 비탈면 말단부의 능선 위에 있다. 고분은 본래 지형을 `L`자형으로 깎아내고, 다시 성토하면서 평탄면을 만든 후에 되파거나 성토와 동시에 매장시설을 안치하여 조성되었다. 남쪽 비탈면 일부에서는 도랑(주구)이 확인된다. 고분의 평면 형태는 타원형으로 추정되며, 고분 방향은 능선과 나란한 남북방향이다.
  고분 규모는 남아있는 봉분을 기준으로 길이 약 31m(도랑 포함 34m 내외), 너비 약 20m, 남아있는 높이는 5m 내외로 현재까지 발굴된 호남 지역 가야계 고총 중에서 가장 큰 크기다. 근처에 있는 월산리 고분군 약 20m 내외,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2호분 약 21m이다.
  매장시설은 돌덧널(석곽)로 총 3기가 ‘T’자형의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3기의 돌덧널은 모두 도굴의 피해가 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동부지역의 가야 정치체의 실상을 밝혀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다량 확보할 수 있었다.
  2호 돌덧널에서는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을 비롯하여 중국자기 조각, 그릇받침(기대)와 굽다리접시(고배) 등 아라가야계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 수레바퀴 장식 토기는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유물로, 현재까지 전하는 유물로는 함안 말이산 4호와 전(傳) 의령 대의면에서 나온 출토품이 있다. 1호 돌덧널에서는 다량의 아라가야계?대가야 토기와 함께 나무 빗(竪櫛)이 확인되었다.
  수레바퀴 장식 토기(차륜 장식 토기는 호남에서는 최초로 발견한 사례로, 아라가야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나무 빗(竪櫛)은 묶은 머리를 고정시키는 용도의 작은 빗으로 일본 야요이 시대부터 많이 확인되며,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김해, 고흥의 삼국 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바 있다.
  중앙부에서는 다량의 꺽쇠와 관못도 출토되었다. 3호 돌덧널은 규모와 위치로 보아 2호 돌덧널의 부장곽으로 추정되나, 아쉽게도 도굴로 인하여 동쪽 단벽에서 손잡이가 있는 뚜껑 1점만 출토되었다.
  남원 청계리 고분군은 출토 유물로 보아 인근에 있는 남원 월산리 고분군이나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에 비해 빠른 5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고분의 축조기법이나 출토유물에서 토착적인 요소(성토와 매장시설의 동시 조성, 도랑의 확인)와 외래적인 요소(T자형의 돌넛덜의 배치, 아라가야·대가야·왜계·중국 유물)가 함께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당시 주변 지역과 활발한 대외교류를 통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한 운봉고원 고대 정치체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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