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을 좇으며 오랜 시간 달려왔다. 그곳을 향한?경사는 더 가팔라지고 발걸음은 더뎌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지도 않는 그 무엇을 올려다보며 서 있는 형국이 되어가는 느낌이 부담스러워지며 '멈춤의 시간'이 가고 있을 때, 나를 향해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던 생각의 방향을 살짝 돌려놓았던 존재들이 있었다. 그 존재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이일순 ‘작가노트’ 부분>
  화가 이일순이 개인전 ‘아는 사람’을 열고 있다.
  자신 주변 인물들을 주제로 작업한 작가들도 많이 있지만 그의 작품은 결이 다르다.
  울고 있어도 울지 않은 이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은 그의 따뜻한 품성을 꼭 닮았다.
  ‘본질적이고 딱딱한 주제도 신비롭고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이일순을 만나면 더 없이 푸근해진다.
  그는 이웃들을 사랑한다. 그가 이 작업의 시작을 ‘그들에 대한 오마주’라고 설명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어제 오늘에 만들어 진 게 아니다. 깊은 사색을 따뜻하고 단순하게 표현해 내는 일은 1997년 첫 개인전 이후 방향을 바꾸지 않은 길이다.
  “그의 화면은 소소한 일상에서 채집된 것이기에 낯설지 않지만 정제된 조형적 얼개로 인해 자극적이거나 생경하지 않다. 그가 표현하는 함축된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로 유인하는 상상으로 가득하다. 거기에는 섬세한 여성적 감수성의 외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삶과 존재 일반에 대한 진지한 사색의 잔상이 드리워져 있다. 그의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서 비롯된 긍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의 현실에서 겪음직한 희노애락의 정서를 잔잔한 마음의 눈길로 걸러내는 것이다.”<손청문 평론가. 2011 5월 한무리미술상 평론 ‘일부>
  이일순은 “느릿느릿 하지만 끈끈한 신뢰를 쌓아온 나와 내 주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란 단어에 담아보았다. 그들은 상대의 입장을 알고 있기에 상대에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줄 마음의 씨앗을 품은 사람. 호의와 관심을 그냥 당연히 받지 않고, 귀하게 생각하고 감사히 받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들을 향해 결속의 끈을 걸어 힘을 주고받는 사이이다”며 “그들에 대한 오마주로서 시작되어 작품 속에서 또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 아직은 미지수인 이 시점이 새로운 길에 접어든 여행자처럼 설렌다”고 밝혔다.
  전시는 지난 5일 전주 서서학동사진관에서 개막해 12월 1일까지 열린다. 16일 오후 3시에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북미술대전 우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한무리미술상, 천일갈채상 등을 수상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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