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새마을운동 등 근현대를 관통하며 소소한 삶을 살아냈던 어르신들의 기억을 구술받아 기록하는 ‘구술생애사’를 출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남원시의회 손중열 의원은 12일 열린 제233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신청, 남원의 역사를 기록하는 ‘구술생애사’ 출판을 제안했다.

손 의원에 따르면 ‘구술생애사(Oral life history)’란 과거의 경험을 기억을 통해 현재로 불러와 구술자와 역사가가 대화를 통해서 쓰는 역사를 말한다.

남원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른 어떤 지역보다 문화·역사적으로 풍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춘향전과 흥부전, 변강쇠전 그리고 만복사저포기를 들 수 있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중심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다 뼈대를 이루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그 이야기가 오늘의 문화도시의 표본을 만들었고 남원이 먹고 살 자원을 만들었다.

기록은 기억을 압도한다. 글을 읽고 쓸 수 없었던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삶이 바로 질곡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남원의 숨겨진 역사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서 역사적 기록에 왜곡이 있을 수 있고 진실이 감추어질 수도 있지만, 구전과 구술은 승자의 기록은 아닐지라도 진실이고 백성들의 땀 냄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정국, 한국전쟁, 지리산 빨치산, 새마을운동 등 굵직한 남원의 근현대사 이야기를 비롯해 소소한 삶을 살아냈던 어머니, 아버지들에 대한 기록을 지금이라도 남겨야 한다.

80~90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삶에 축적된 경험과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있었던 일들을 듣고 기록하는 일은 세대간의 소통과 연대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이 기록이 후세에 춘향전이 되고 흥부전이 되며 남원의 진정한 본 모습을 이해하는 역사가 될 것이다.

남원시 인월면 신촌마을 할머니 네 분에 대한 생애구술출판 ‘달오름꽃’이 올 12월 중순 출판될 예정이다. 우리 의회와 행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시민사회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다.

강원도와 경기도 등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마을 토박이의 생애와 마을 공동체의 일상, 마을 형성 및 변천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시민들의 기억과 경험을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손 의원은 “남원시 읍면동 전체에서 어르신 100명을 선정하여 그분들의 생애구술을 책과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면서 “어르신들이 한 분이라도 더 계시는 지금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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