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국제기술협력과장
 
최근 과테말라에서 만난 농업전문가는 현지 언론기사를 내민다. 농민들이 커피나무를 베어 내는 내용이다. 세계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폭락하자 커피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다.
세계 커피 시장에서는 중남미의 커피를 특상품으로 여긴다. 커피의 향과 맛 때문이다. 특히 고산지역에서 생산하는 커피의 풍미는 특별하다. 커피는 이 지역 소농들의 중요 소득작물이다. 이 지역 소농들은 훌륭한 커피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브라질, 베트남 등 몇몇 나라에서 커피를 대규모 생산하고 수출한다. 세계 커피 시장의 가격경쟁은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중남미 소농의 커피는 종전 가격의 반까지 폭락했다. 그러다 보니 중남미 고산지역 소농의 커피는 그 인기만큼 가격을 받을 수 없다. 소농의 소득은 그 만큼 줄었고, 그들은 애가 타고 있다.
세계 시장에 대규모 생산자가 뜨면서 소규모 생산자는 사라질 위기에 서 있다. 커피 산업에서도 기술과 자본을 겸비한 대규모 생산으로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 대규모 생산회사들은 세계 시장에서 커피 공급의 주역으로 뜨고 있다. 코스타리카에 소재한 열대농업연구교육센터의 전문가인 세르다 박사는 소농의 생산성은 대규모 상업농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농과 대농의 생산 기술력 격차는 매우 크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농이 생산한 커피는 시장에 빛도 보기 전에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소농들은 자본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취약하다. 최근들어 중남미 지역에 돌발 병해충과 폭우, 가뭄, 우박 등 이상 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준비가 덜 된 소농들의 피해는 더 크다.
농촌진흥청은 2014년부터 중남미 12국과 농업기술 개발협력 협의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개발협력 파트너국은 농업인구가 전체인구의 40∼80퍼센트이다. 이들 농업인구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농이다. 회원국들의 공통관심은 소농들의 농가소득 증대다. 오지 고산지역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영양과 학비가 이들 소득에 달려있다. 그래서 커피와 같은 고소득 작물을 포기하기 어렵다. 소농들에게는 커피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연구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커피 소농들은 대대로 중남미 고산지역에 살고 있다. 고산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화산회토의 좋은 커피생산 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재배 생산 능력과 가공유통기술력만이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차별화 전략은 합당한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이를 위하여 다 함께 기술혁신과 우수기술 확산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번에 방문한 국제 농업연구교육센터는 최근 병저항성을 더한 우수 품종을 찾아 소농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생산성을 증가하기 위해서는 표준관리기술도 필요하다. 이는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혁신인 것이다.
이들 기술혁신이 소농들에게 커피나무를 다시 심도록 할 것이다.
한국과 중남미의 농업기술협력 파트너쉽으로 이 지역 커피 소농들에게는 새로운 기술로 다시 뜨는 희망을, 세계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풍미 깊은 커피향을 계속 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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