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만세배더늠전' 공연 모습.
  전라북도립국악원(이하 ‘국악원’) 창극단장 채용이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통달 전 단장의 후임을 뽑는 공모절차는 지난 9월 9일 접수를 시작으로 10월 15일 1차 서류 심사와 합격자 발표, 같은 달 22일 면접을 실시했다.
  응모한 3명의 후보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해 A씨와 B씨 2명이 면접대상자로 올라갔다. 예정대로 면접이 진행됐지만 당초 공표했던 25일 최종합격자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모든 전형 일정이 예고된 대로 차질 없이 진행됐지만 최종합격자 발표가 보름 이상 연기되면서 여러 억측이 무성한 실정이다.
  먼저 창극단장을 지원한 두 후보들은 2달여가 넘는 이번 공모 기간에 자신의 거취와 관련 국악원 일정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종 합격자 발표가 무작정 늦어지면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이들이 겪는 개인적 스트레스를 공감하지 못하는 전북도의 무신경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사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이번 창극단장 인선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면서 갖가지 ‘설’들이 국악계에 퍼지고 있다. 각 후보들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평가 내용이 거론되거나 국악계와 전북도를 둘러싼 인맥과 네트워크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있어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후보가 낙점을 받더라도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할 우려도 높아 보인다.
  한편에서는 전북도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적격자 없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악인 C씨는 “두 후보의 경우 공공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걸쳐 국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들로 딱히 숨겨진 약점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기준 말고 두 후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려운 정무적인 이유가 있다면 ‘적격자 없음’으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어떤 결과가 발표되든지 후보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럴 경우 ‘소리열전’과 창극 ‘만세배더늠전‘과 같은 좋은 작품으로 전국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창극단이 좋은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국악인 D씨는 “최근 2년간 국악원 창극단은 어느 해보다 좋은 작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역시 도립’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며 “이런 흐름이 공모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꺾일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8일자로 조통달 단장이 임기를 마침에 따라 내년 사업을 결정해야 할 단장 자리가 비었다. 공석이 길어질 경우 창극단 공연 계획 수립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악원 관계자는 “창극단장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세밀하게 두 후보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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