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 전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내가 사는 전라북도는 인심이 아주 좋은 곳이다. 나는 평생 살  동안 밥 한 숟갈을 더 달라고 할 때 한 숟갈만 퍼 주는 분을 본 적이 없다. 한 번 주면 정 없다고 꼭 몇 숟갈을 더 퍼 줘야 직성이 풀리는 곳이 전북이다. 그러다 보니 전북의 한식 식당이나 막걸리 집에서 어떤 곳에서는 접시 위에 접시가 놓일 정도로 반찬의 가짓수와 양이 너무 많이 나온다. 한 번은 일본교수가 전주를 방문하여 일식집에서 저녁을 대접한 적이 있었다. 주방에서는 일본 손님이라니까 긴장을 해서 인 듯 평소보다 음식이 더 나왔다. 손님은 나오는 음식을 보고 입을 딱 벌어져서 이것들을 다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남겨도 된다고 하니까 남긴 음식은 버리느냐 혹은 재사용하느냐고 물어서 버린다고 하니까 버리는 것도 죄요 재사용하는 것은 더 큰 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까운 북한에서는 수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는데 이렇게 버리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꼭 옳은 말이라 그렇다고 말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으면 위장질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성증후군 등 많은 심각한 질환에 걸리기 쉽다. 예로부터 소식이 건강의 지름길로 알려져 있고 의학적으로도 틀림없는 정설이다.
그 후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음식을 남기지 않는가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우선은 남길 만큼 음식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남기려고 해도 남길 것이 없었다. 우동을 주문하면 우동 한 그릇에 젓가락 한 쌍만 나오니 무엇을 남기겠는가? 주변을 보니 대부분 마지막 국물 까지 다 마신다. 좀 큰 음식점은 다른 가하고 백년이 넘는 제법 큰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도 반찬이 서너 가지 나오는데 얼마나 양이 적은지 단무지를 다 합해도 전주 단무지 한 조각과 비슷할 정도여서 한 접시 더 달라고 하니까 그것도 돈이 추가된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음식이 적게 나오니까 귀하고 비싸고 맛있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비싸고 귀하니까 거의 음식을 남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구내식당에 가보면 음식물 쓰레기로 잔반통이 넘쳐나는데 일본의 대학교 구내식당에 가보면 밥공기도 대, 중, 소로 구분되어 있고 반찬도 접시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르기 때문에 구태여 크고 비싼 것을 사서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에 거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쓰레기의 양은 하루에 일만 오천 톤에 이르고 이것은 대개 전체음식물의 칠분의 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처리하는데 일 년에 약 20조 가량이 드는데 이것은 경기도 일 년 예산과 비슷한 액수이다.
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상에 내려놓기 전에 내가 못 먹을 음식은 바로 다시 가져가도록 한다. 상에 일단 내려놓으면 남은 것을 다 버려야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음식이 남으면 다 포장해서 집에 가져다가 다음 날에 먹는다. 주위에서 교수가 근천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식당에서도 일과 비용이 줄어드니까 고마워한다. 과거에 프랑스에서는 레시피가 새어 나갈까 봐 남긴 음식을 싸달라는 손님의 요구를 거부하는 식당도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법으로 손님이 요구할 때는 무조건 남긴 음식을 싸주도록 정해놓았다.
식당에서 반찬의 가짓수와 양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경쟁 식당에 비해서 인심이 사납다고 혹은 짜다고 손님이 줄어들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 손님이 더 가져달라고 하는 게 귀찮아서 인데 손님들 입장에서 보면 작고 예쁜 접시에 적은 양이 나오면 우선 귀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고 적어도 이 식당에서 음식을 재활용하지는 않겠다고 안심이 되고 손님이 더 달라고 요구할 때 한 번 더 손님을 접대할 수 있기에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 들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음식을 담는 사람이 반드시 설거지할 때 무슨 음식이 주로 남는 가를 살펴보아서 많이 남는 반찬의 가짓수와 양을 과감하게 줄이라고 권고하고 싶다. 한번은 강진을 넘어서 자전거 길을 가는데 천변에 민물고기탕을 하는 큰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탕이 본래 매운데 김치와 깍두기가 같이 나오는데 깍두기는 거의 안 먹기에 돈을 계산할 때 깍두기는 없어도 되겠다고 하니까 주인이 손님들이 먹고 남긴 상들을 보더니 마이크로 식당에다가 이제부터는 깍두기 내놓지 말라고 소리친 적이 있었다.
전주는 음식이 맛있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몇 년 전에 서울에서 손님이 와서 전남 출신의  교수님과 점심을 먹는데 그 교수님이 “음식은 역시 남도음식이 최고지요”하자 서울 손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바로 “선생님, 음식은 모름지기 전주음식이 최고지요. 근거를 가지고 말씀하셔야지요” 하니까 “아니 박 교수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전주 음식이 최고라는거요?” 해서 “우리나라 식당백서를 보면 지명을 딴 식당 이름 중에 제일 많은 것이 전주식당입니다, 전주 음식이 최고니까 전주 식당이 제일 많은 것 아닙니까?” 하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따라서 전북 한식이 음식은 맛있고 건강식이지만 너무 많이 나와서 남길 수 밖에 없다는 평가에서 음식도 맛깔스럽고 건강해지고  딱 먹을 만큼 만 나와서 좋더라 하는 평가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또한 정부에서 특히 환경부에서 다각도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어서 실행하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는 꼭 먹을 만큼 만 음식을 만들어서 다 먹고 식당에서는 손님들도 의식이 바뀌어서 딱 먹을 만큼 만 주문하고 남을 것 같은 밥이나 반찬은 반납을 하고 뷔페식당에서도 꼭 먹을 양만 담아서 다 먹음으로써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나라로 바뀌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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