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伽倻)는 삼국시대에 백제, 고구려, 신라와 함께 공존하면서 약 600년을 지속했던 국가다. 단일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소국 연맹체로 지속하다가 562년 신라에 복속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바로 가야다. 가야(伽倻)가 있던 지리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경상도 지역에 분포했던 고대국가로 인식했지만 최근 남원·장수 지역을 중심으로 7개 시·군에서 가야(伽倻) 관련 유적이 발굴되면서 전북도 동부 지역에 가야 소국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전북은 지난 2017년 ‘전북가야 선포식’을 통해 전북가야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렸고, 남원시에서는 두락리·유곡리 고분군을 경상남·북도와 함께 202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0월 장수군에 있는 동촌리 고분군이 국가 사적 제552호로 지정됐으며 장수가야 홍보관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전북 가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에서 가야 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느껴보자.

장수가야 홍보관= 장수군 소재지에 있는 ‘장수가야 홍보관’은 한누리전당 건물 안에 있다. 한누리전당에는 장수가야 홍보관 외에도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는 의기(義妓) 논개를 기념해서 만든 의암공원이 있어 장수가야 홍보관과 연계해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의암공원에는 의암호가 있어 호수를 따라 걸으며 산책을 할 수 있다. 또 반영이 예뻐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논개 사당인 의암사(義岩祠)에서는 논개 영정과 기념관을 볼 수 있어 지나는 길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장수가야 홍보관은 2층 구조이다. 1층에는 전북가야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고, 2층에는 장수가야 관련 전시실과 자료실이 있다.

전북가야를 만나다= 가야(伽倻)를 대표하는 소국으로는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 고령가야, 소가야, 성산가야를 들고 있지만 중국 및 일본 문헌에는 기문(己汶), 반파(叛波, 伴跛) 등 20개 이상의 소국 이름이 등장한다. 낙동강과 섬진강 사이에 위치했던 가야(伽倻)는 서쪽은 백제에, 동쪽은 신라에 복속되었다. 백제에 복속된 전북 동부지역에는 2개(기문, 반파) 이상의 가야(伽倻) 소국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전북 동부지역에서 학계에 보고된 가야계 유적과 유물을 하나로 묶어 ‘전북가야’라고 이름 붙였다. 전북가야는 지배자 무덤으로 알려진 400여 기의 고총과 당시의 통신 시스템인 100여 개소의 봉수로 상징됐다. 전북가야는 백두대간 서쪽에 자리 잡았는데 장수를 중심으로 남원, 임실, 순창, 진안, 무주, 완주까지 7개 시·군에 폭넓게 걸쳐 있다.
전북가야 존재는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야산에서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우연히 가야 토기가 발견되면서부터이다. 이후 장수군 노하리 고분, 남원 운봉고원에 있는 행정리·월산리 고분 등지에서 발굴된 가야계 토기가 발굴돼 전북 지역에 가야 소국이 존재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북가야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 운봉고원과 서쪽 진안고원에서 5세기 초엽부터 발돋움한다. 당시 가야는 신라와 고구려의 침공을 받아 낙동강 유역을 신라에 빼앗기면서 해상 교통로 확보를 위해 서쪽 섬진강 유역으로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운봉고원의 기문국과 장수가야는 5세기 중엽 경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운봉의 기문국은 인월면 유곡리와 아영면 두락리 일대로 중심지를 옮겨 발전하면서 180여 기의 고총을 남겼다. 이곳에서는 최고의 위세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금동신발과 청동거울, 계수호, 철제자루솥 등이 한 점씩 발굴됐다.

장수가야를 알리다= 장수가야는 1989년 남양리 이방마을 김승남 씨가 자신의 밭에 무 구덩이를 파던 중 청동으로 만든 거울, 칼, 돌로 만든 칼 등이 쏟아져 나온 것을 신고하면서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 조사를 통해 장수군에는 중대형 가야 고분이 240기가 45개소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외에 제철 유적이 120여 곳, 21개소 봉수 유적, 산성(합미, 침령)등 국가를 이루는 중요한 유적이 확인되면서 가야 소국이 있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전북가야 지역에 분포한 봉수 유적을 보면 장수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봉수는 불이나 연기를 이용해 위급한 상황을 왕이 있는 중앙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국가 통신 시스템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봉수는 국가의 경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장수에 있는 제철 유적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이 중 대표적인 제철 유적지인 대적골 철 생산 유적지는 길이가 총 25km에 이르고 철광석 채집부터 완성품인 철제 가마솥까지 확인되고 있어 일괄 철 생산 유적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제철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장수가야에는 240기의 고분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많은 고분이 있다는 것은 장수가야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수가야를 체험하다= 장수가야 홍보관에서는 간단한 체험을 통해 장수가야 이해를 돕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유물 퍼즐 맞추기이다. 가야 고분에서 나온 도자기, 철기 유물 그림 퍼즐을 맞추면서 가야 유물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인데 어린이들에게는 최적의 학습 자료가 되고 있다.
또 하나는 트릭 아트 체험이다. 장수 침령산성에서 발굴된 호남 최대 규모의 집수시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든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
2층 전시실 옆에는 자료실이 준비돼 있다. 장수가야 발굴 관련 기록집들이 있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경우에는 자료실에 들러 책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책을 보기에 좋은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홍보관은 전북 동부권에 위치했던 전북가야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장수가야는 물론 전북가야 전반에 걸쳐 조사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전북가야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인근에 국가 사적 제552호 지정된 동촌리 고분군이 있어 홍보관과 연계해 직접 가야 유적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큰 역사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은 전북가야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장수가야 홍보관을 찾아가보자./김대연기자·red@/자료제공= 전북도청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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