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설 별의별 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11일부터 12일, 1박 2일 동안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해커톤에 참여했다. 총 3개의 분과로 나눠 사회 쟁점이 되는 사안에 관해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그 중 ‘중소도시 빛 농어촌지역 빈집재생 활용을 통한 관광숙박 활성화’ 주제의 분과에 참여하였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해커톤은 각 사회의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여러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서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는 집중토론장이다. 하지만 내가 참여한 ‘빈집재생’분과의 경우 극렬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이로 인해 급기야 ‘합의문’이 아닌 ‘입장문’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비록 합의문에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관한 시도는 무척 중요하며, 서로의 반대 입장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이유는 에어비앤비로 쟁점이 된 공유숙박이나 전국의 빈집을 모델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빈집재생 운영모델이 현 법제도와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에서 시작한다.
 기존의 농어촌숙박업이나 도시민박업 등 관광숙박에 관련된 업계에서는 또 다른 유형의 숙박업이 자신들의 리그로 들어오는 것을 크나큰 위기로 상정하여 공유숙박업이나 숙박 관련 규제완화에 관해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퍼지는 빈집의 심각한 문제점들이 사회이슈로 부각되면서 빈집 재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과제가 되었고. 더불어 빈집재생의 주체가 관에서 민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되면서 운영주체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인 변화가 필수적이기에 기존의 관광숙박업계와의 합의가 절실한 것이다.
 기존 숙박업계에서는 현 시점의 숙박업종의 폐업 상황이 심각하며 공실률도 50~70%에 육박하며 기존산업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기존산업의 보호는커녕 다른 방식의 숙박업종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전국의 숙박업 사업체수는 4,936호로 2013년엔 50,485호, 2014년 52,474호, 2016년엔 54,196호(국가통계포털 참조)로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비해 인구 100명당 호텔객실 수에서는 세계 97위(2014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 참조) 주요 경쟁국보다(일본 27위, 홍콩 29위, 싱가포르 32위) 순위가 낮다. 또한 외래관광객은 주로 호텔(75.8%), 유스호스텔 등 독립공간을 선호하고 있으며 내국인 숙박여행 참가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호텔보다는 펜션이나 콘도 등 가족 및 소규모 단체 등이 선호하는 독립적인 숙박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통계수치는 숙박업계에서 말한 폐업보다 신규로 진입하는 숙박사업체는 더 늘어나고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도 그리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의 온도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기존의 숙박업체에서 과연 빈집재생 숙박형태를 막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그들이 경쟁해야할 상대는 점점 더 대형화되어가는 호텔형 숙박업일수도 있고, 그들이 고민해야할 지점은 내·외국인이 선호하는 독립적인 공간, 차별화된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에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요즘 시대의 소비자들의 니즈를 기존의 법규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를 과연 어떻게 안전을 담보한 숙박형태로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논의를 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숙박업의 공실률은 무엇 때문에 커지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호텔들은 어떻게 계속 생겨나는지, 관광객은 어떠한 숙박을 선호하는지, 과연 이 시대엔 어떤 관광업이 살아남는가에 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빈집을 재생하여 큰 호응을 얻었던 제주의 한 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곳은 기존 법제도 안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모델이다. 폐허가 된 빈집을 되살리고 다시금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었으며, 지역주민들도 굉장히 협조적이었고, 이곳을 통해 지역의 농산물, 문화상품, 사람들을 연결했다. 이처럼 굉장히 혁신적이고 고무적이었던 이 기업은 기존의 어느 숙박업으로도 규정될 수 없었기에 ‘불법’이란 딱지를 달고 몇 달 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가 ‘사회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금 사회는 ‘사회혁신가’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제도를 답습하고 있다.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는 제도와 법규로 인해 사회혁신가들을 모두 범법자로 내몰고 나면 남은 것은 구태의연하고 경쟁력 없는 산업이 아닐까.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