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
 
지난 9일과 10일 주말에 1박 2일로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과 함께 안동지역 답사를 다녀왔다. 안동은 전주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로, 상주, 경주, 진주와 함께 조선시대 영남의 4대 거점도시이며, 양반의 도시이고, 유학의 전통이 깊은 도시이다.
또한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이 안동이다. 집 가운데로 철로가 난 임시정부 초대국무령 이상룡의 고택은 이를 상징한다. 그 집의 머슴이 굶고 있으면 주인도 굶고 있는 것이라는 말은 안동을 버텨온 또 하나의 정신이다. 안동은 종가들의 권위로만 형성된 도시가 아니다.
현재 안동은 유학의 대표적 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지역 정신으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표방하고 있다. 근래에는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였다. 안동은 과거의 전통과 도시의 위상을 현재에도 이어가고 있는 도시이다.
안동에는 세계유산이 하회마을(2010), 유교책판(기록유산, 2015), 봉정사(2018), 도산서원(2019), 병산서원(2019) 등 5건이고, 국보가 봉정사 극락전(15호)과 대웅전(311호), 법흥사 7층전탑(16호), 하회탈 11점과 병산탈 2점(121호), 징비록(132호) 등 5건이다.
이번 답사에서 세계문화유산 지정 효과를 실감한 곳이 병산서원이다. 병산서원은 서애 유성룡선생을 모신 서원으로 그 앞에 펼쳐진 빼어난 자연경관과 장대한 만대루 누각이 특징적인 곳이다. 2019년 올해 서원 9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안동에서는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이 등재되었다.
병산서원 들어가는 길이 좁고, 주말이기는 하였지만, 차량이 밀려 줄을 서 있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고 방문객이 4배정도 늘었다고 한다. 꼭 가보아야 할 서원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인파가 붐비는 곳은 아니었다.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휘돌아 나가면서 형성된 모래사장과 병풍모양의 산자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장관이었다. 200여명이 수용될 수 있다는 누각 만대루도 건재하였지만 언제부터인지 만대루에 올라가는 것이 금지되어 누각에 올라 그 장대함과 호방함을 느껴볼 수는 없었다.
퇴계 이황선생을 모신 도산서원도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퇴계의 학덕이 담겨 있는 장소로 유교사에 그 가치가 지대하지만 안동댐이 조성되면서 수몰된 서원 앞 경관은 시사단과 함께 또 하나의 절경이었다. 시사단은 정조 때 퇴계를 기리는 과거시험, 별시를 본 것을 기념해 지은 건물이다. 퇴계와 서애, 학봉 김성일 선생은 안동의 정신적 지주이다.
봉정사는 작년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 7곳의 하나로,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목조건축 극락전이 소재한 곳이다. 작은 건물이지만 조선시대 건축과는 다른 고려시대 절집 형태를 볼 수 있고, 그 옆의 대웅전은 보통의 법당과 달리 수평감이 강하며 굵직굵직하면서 덜 다듬어진 듯한 공포가 이색적이었다. 봉정사도 많은 인파들이 붐볐음은 물론이다.
해질녁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전경도 정겹고 새로웠다. 늦은 시감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곳 정취를 찾고 있었다. 하회마을은 양동마을과 함께 역사마을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2003년에 개통된, 나무다리로는 가장 길다는 안동호의 월영교 야간 조명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상적이었다.
일가가 집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임청각을 가로질러 일제가 놓은 철로를 옮기기로 하였다는 해설사의 설명도 반가웠다. 임청각 옆의 가장 높은 전탑 법흥사지 7층전탑도 국보로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앞으로 철로가 지나면서 탑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930년 왕건의 편에 서서 후백제 견훤군대를 패배로 몰아넣었던 삼태사의 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사당으로서 정갈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안동은 왕건이 삼한대통을 이루는 기반이 되었고,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70일간을 머문 곳으로 고려의 보장지처 같은 곳이다.
안동은 과거의 유산을 세계문화유산, 국보 등으로 적극적으로 지정해 현재와 미래의 자산으로 보존관리하고 활용하고 있다. 전북에도 대단한 문화유산들이 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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