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김영진 등 기존 프로그래머들과 작별하고 새롭게 조직을 꾸린다.
  25일 전주시에 따르면 최근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11월을 끝으로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3인의 프로그래머가 밝힌 사직 이유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를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지목하여 전주시에 추천했으나 이사회에서 반대함에 따라 이를 불신임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사회와 프로그래머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했으나 결국 이들이 떠나게 됐다”며 “21회를 맞는 내년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후속 일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영화제 A이사도 “현 프로그래머들이 사직하는 것이 아쉽지만 내년 준비를 위해서 훌륭한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는 작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을 아끼면서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면 위원장 중심으로 새로운 전문인력을 영입해 성공적인 영화제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일했던 프로그래머들이 내세운 사직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지역 영화계의 분위기다.
  프로그래머들은 ‘저희들은 김 수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명분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사회의 결정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일구어 온 지난 7년의 시간에 대한 온당한 평가 없이 영화제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으로 유감을 표합니다’고 밝혔다.
  ‘온당한 평가가 없었다’는 일방적인 주장과 함께 자신들이 추천한 김영진 프로그래머가 집행위원장으로 낙점되지 않았다고 자율성 침해를 거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2012년 11월 고석만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부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고 위원장의 독선을 문제 삼아 집단 사직한 이후 영입된 인물. 영화평론계에서의 명성이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연결 된 것이다. 이후 영화제 살림을 책임지는 전주 출신의 사무처장들이 잇달아 자진사퇴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전주시는 김영진 사단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집행위원장, 프로그래머 등과 지역 스텝들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상후하박’의 임금체계와 전주지역 영화인에 대한 홀대 의혹, 예산 집행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 등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지난 22일 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김승섭 의원의 발언. 김 의원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초청한 인사가 1,500여 명으로 이들에게 소용된 비용만 5억 원에 이른다”며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이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의 혈세가 영화인 초청에 많이 소요되는 만큼 전주시는 꼼꼼하게 들여다보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전주시는 당시에도 프로그래머들을 적극적으로 감싸왔다.
  이번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머들이 사직 이유로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 자율성이 침해당했다는 강도 높은 비난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 인사는 “20회를 치르는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로 인해 도시의 이미지가 높아 진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입된 예산이 지역 영화계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자칫 반쪽 영화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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