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했다. 특히, 전주 이전 후 맞이한 스무돌이어서 그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1999년 11월 5일, 변화하는 금융과 경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기금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운용해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산을 보존하기 위한 국민연금본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연기금은 이제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우뚝 섰다.

설립 당시 6팀 40여 명으로 시작한 기금운용본부는 국내대체투자를 기점으로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공격적인 투자 스타일을 유지하며 기금을 확보해 나갔다.

그 결과, 출범 당시 47조 원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이 2013년엔 4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자리매김했고, 전주로 이전한 2017년엔 600조 원, 올해 들어선 7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가 지역균형발전 등의 이유로 전주에 터를 잡은 지 2년 만에 기금적립금이 7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기금운용 수익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본부의 위치가 아닌 본부의 역할에 달렸다는 것을 증명해 낸 상징적인 사례다.

이미 연기금의 높은 수익률을 견인하는 금융부문은 해외주식과 해외채권으로 글로벌 투자시대에 걸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전주를 '금융 변방'으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논쟁을 기금운용 수익률 향상으로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었다. 전주 이전 전후로 운용직의 잇따른 퇴사로 10% 이상의 결원율을 보여온 것. 베테랑 운용역들이 일부 퇴사는 연기금의 전주 안착이 시기상조였다는 '전주 리스크'를 끊임없이 수면 위로 올리는 근거가 됐다.

이에 연기금은 '인재 육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른 '운용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주임운용역 자리를 개설, 그간 3년 이상 경력자에 한정했던 문호를 1년 이상 3년 미만의 주니어 운용역들에게까지 개방해 처음부터 양질의 운용인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위기를 맞선 것이다.

운용역의 처우개선 중 최일선인 보상수준 개선을 위해 재정당국과 지속적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제로 '19년 9월 기준 결원률은 한 자리 대로 떨어졌다.

올해 초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보류 또한 전주가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해 있다는 점 외에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에서 기인한 만큼 전주에 자리잡은 공단과 연기금이 중심이 돼 금융관련 기관과의 집적화에 가속도를 내는 한편, 지자체와의 재정적·물리적 지원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금융생태계 조성이라는 큰 그림에 다가가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연기금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기금운용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통해 인재확보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수한 운용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처우개선 및 처우수준 향상을 재정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도시 조성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연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인 만큼 중앙정부 및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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