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소장
 
 
벌써 12월이 왔습니다. 11월 말이어도 따뜻했던 날씨에 안심하고 있던 저에게 12월이 되자마자 마치 정신차리라고 하듯이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첫눈의 설레임을 기다리면서  겨울을 또 어떻게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됩니다. 그리고 무심하게 넘어간 달력을 돌아보니 어느덧 올해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더 행복한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마지막 한 달이 온 것입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고 놀랍지만, 내년이 2020년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2020년은 뭔가 굉장히 먼 미래에만 존재할 것 같은 과학기술이 열리는 연도였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 때 미래 및 과학 관련 포스터 경진대회에 초점이 맞춰진 시대는 거의 대부분 약 2020년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설마 그런 것들이 가능할까라며 의심하며 말했던 다양한 과학기술들이 실제로 우리의 일상이 됐습니다. 화상전화, 전기자동차, AI, 퍼스널모빌리티 등이 그 예이지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서 과거엔 어떻게 이런 것들이 없이 살았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국민들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깨어있는 민주주의와 평화시위의 상징이 된 촛불집회, 미투/위드유 운동 등 어렵지만 용기 있는 결정과 선택들이 우리 사회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제도와 정책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주시 청년들의 희망과 행복을 증진하는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청년쉼표’프로젝트, 청년공간 ‘비빌’ 운영 등을 통해 시대적 절망에 빠져있는 청년들에게 일상의 행복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갈수록 복잡해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사회문제를 이제는 문제의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비전으로 시작된 ‘전주시사회혁신센터’도 생겼습니다. 바로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인데요. 센터는 지난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살아있는 실험실 ‘리빙랩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약 40팀이 참여했는데, 길고양이와 사람과의 공존을 위한 ‘해피나비프로젝트’, 시작장애인들의 위한 가방 제작을 진행한 ‘루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기획협력사업을 통해서는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버스노선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습니다. 전주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시내버스를 시민들과 함께 해결해 가는 과정은 과정 자체만으로도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혁신을 주제로 청년과 여성이 중심이 된 100여개의 커뮤니티를 지원, 운영했습니다. 총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전주시에 사회혁신을 주제로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새롭고 역동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들이 지역의 사회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저희 센터처럼 요즘 다양한 곳에서 해당분야의 주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장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난 몇 십년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뽑자면 ‘성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무언가를 채우려면 성장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필수였다고 생각도 됩니다. 실제로 청년들 대상으로도 꽤 많은 성장도모(?)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취/창업 프로그램들이 그 예인 것 같습니다. 전에 없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성장을 도모하는 프로그램들이 단기간에 완성형이 되어야 하는 프로세스이니 정작 그 과정을 거치는 대상자들에게는 성장보다는 정해진 프로세스를 일단 따라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치고도 주체로서의 성장과정이 역량으로서 발휘되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무작정 펼쳐지는 성장에서 역할들을 세울 수 있는 등장의 시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다양한 방식의 교육과 자금 지원 등도 좋지만, 그것을 가지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들에 역할을 해볼 수 있도록 경험적 등장을 시켜야 합니다. 특히 청년들이 그렇습니다. 정해진 방식보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요즘 시대에 중요한 것은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고 핵심적인 역할로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장을 해도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성장이 무의미 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성장은 등장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등장은 개인적인 용기와 충분한 역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능력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디에도 등장할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와 제도도 필요합니다. 개개인의 성장이 이제는 흩어지지 않고 등장하여 더욱 많은 주체들을 등장시켜야 하는 것이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2020년에는 더 많은 주체들이 사회 곳곳에 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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