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전북체육회장 선출을 앞두고 갈수록 논란이 뜨겁다. 입후보 예상자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면서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이나 2022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으로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천타천 거론되는 입후보 예상자들이 지역 정치와 밀접한 관계 속에 ‘미니 정치판’으로 변질돼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역체육회의 재정은 지자체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보니 체육회 운명은 지자체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지역체육인들이 현직 단체장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유력 정치인이나 단체장이 선거에 직·간접 개입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면서 ‘낙점설’까지 돈다. 실제 일부 시·군에서는 단체장의 선거캠프 출신 인사가 단독 출마해 체육회장 선거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립성을 지켜야 할 체육회마저 오히려 측근의 등장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앞서 도체육회는 공정선거를 다짐한다는 명분으로 마련한 행사에는 특정 출마 예상자들이 나타나 인사를 하고 다니는 일이 벌어졌지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체육회는 지역 체육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정치가 개입될 경우 정치오염은 물론 체육계 분열도 불문가지다. 후유증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이를 걱정해 체육계 일각에서는 ‘추대 형식’ 주장도 나오지만 어쭙잖은 논리다. 자칭 체육회 원로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밥에 그 나물’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리를 보존하고 얻자는 속내가 뻔하기 때문이다.
체육회장은 급여가 없는 자리라서 본인의 재력도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회장도 못하냐’는 소리를 하지만 이는 체육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이다. 회장은 각종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인을 격려해야 하고 이들을 위해 후원도 받아내야 한다. 음으로 양으로 들어갈 비용이 상당하단 얘기다. 물론 재력이 부족한 사람도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재력이 부족한 회장은 정치권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그 아래에 있는 체육인들은 다시 정치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체육인들 사이에서 충분한 재력을 갖춘 인물 중 참신성이 강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이유다. 언제까지 체육인들이 정치인들의 비위나 맞추고 있어야 하는가. 그런 차원에서 전북체육회장선거는 점차 양자 대결 구도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합의 추대까지 내세우며 여론 몰이를 하는 세력과 참신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쪽의 대결이란 것이다.
체육인들 손으로 회장을 선출해 운영한다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도체육회와 각 시군 체육회는 이번 기회에 정치적 휘둘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체육계 스스로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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