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의 실천적 실험 흐름과 비전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이 10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미디어를 예술과 접목한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디어 랩소디’전을 개최한다.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은 <미디어는 메시지다. The Media is the Massage, 1967>에서 미디어가 인간의 촉각을 자극할 것이고, 모든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에 전면적이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는 미디어가 단지 물리적인 것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창출해내는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는 그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디어의 발전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했으며, 동시대 미술을 견인하고 있다.
전시는 20세기 후반 동시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백남준, 그 맥을 이은 박현기 등 아날로그 미디어아트 작품의 회고적 소환과 권순환·김해민·육근병·육태진·김범·이용백·홍남기·박철호·최성록·선우훈 등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아트 미술가 작품들을 교차해서 만날 수 있게 전시실별로 구성했다.
▲제2전시실
백남준의 ‘TV 부처’(1974(2002)년작)를 전북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종교적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대중매체인 TV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 화면 속 자신에 빠져든 나르시스적인 태도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성찰한다’는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박현기는 백남준 이후 한국 비디오아트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만다라 시리즈’(1997년 작)는 종교적 영역과 세속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권순환의 ‘Hobject-PaPhe Project’(2019년 작)는 소통단절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다.
▲제3전시실
홍남기의 ‘Memorial-Apocalyptic landscape’(2018년 작)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과 상징적 이미지를 콜라주 해서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조금씩 발화되어 불타 재가 되거나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오브제를 담은 영상작업이다.
▲제4전시실
선우훈의 ‘Flat is the New Deep’(2018년 작), 그의 픽셀은 테크놀로지가 만든 소통방식의 대변혁을 가져온 장본인이기도 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유토피아적인 개인의 표상을 대변한다. 픽셀과 모니터 화면의 관계를 개인과 민주주의 사회의 관계로 맞대어 비교하고 있다.
김해민의 ‘TV 해머’(1992년 작)는 TV 화면을 매개로 시지각의 경험이 지닌 실상과 허상, 실재와 가상, 현재와 과거의 접점을 미디어 매체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김범의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2002년 작)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개념미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표작이다.
육근병의 ‘The sound of landscape+eye for field’(2018년 작)는 우주와 인간의 축소체인 ‘인간의 눈(目)’을 통해, 삶과 죽음, 역사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왔다.
▲제5전시실
육태진의 ‘회전’(2004년 작)은 소외된 현대인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민낯으로 보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회전하는 화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용백의 ‘천사-군인, Angel soldier(DMZ ver)’(2012년 작) 시리즈는 비디오 영사, 오브제 설치, 사진 등 여러 가지 매체들로 제작한 시리즈 영상작품 중 하나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풍광을 대변하고 있다.
최성록의 ‘스크롤을 내리는 여정 Scroll Down Journey’(2015년 작)은 드론으로 촬영한 세상을 2D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작품이다.
박철호의 ‘자살 돼지’(2017년 작)는‘키네틱·영상·그림자·오브제를  종합적으로 결합해서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공장화된 먹거리, 유희적인 음식 방송과 동물의 권리 사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그리고 아이러니함을 위트와 재치로 표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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