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빌딩 숲 반짝이던 불빛이 사라지고 밤공기만 차갑게 살결에 닿는 시간. 오히려 반대로 불이 켜지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전주시가 추진하는 ‘엄마의 밥상’ 사업 지정업체 ‘전북외식산업’의 건물.
2014년 10월 처음 선보인 ‘엄마의 밥상’은 5년째 매일 아침 결식대상이거나 결식이 우려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아침밥상을 전달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 우수정책으로 소개되는 등 전국적으로도 관심을 모은 전주시의 대표 정책 중 하나다.
다음은 엄마의 밥상을 받아 든 수혜 가정이 시에 보내온 감사편지 일부다. ‘이사한 후에도 잊지 않으시고, 돌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략) 엄마로써 아이들에게 도시락조차 싸줄 수 없었던 저의 괴로움과 아픔을 엄마의 밥상을 준비하시던 모든 분들께서 해주셨음으로 저는 또 살아갑니다.’
따뜻한 사회, 사람냄새 나는 도시,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의 복지정책이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해 자발적 기부자들을 모아가며 공감을 사고 있다.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요구되는 연말연시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의 복지정책을 살펴본다.<편집자주>

▲ 혹독한 계절 온정의 손길로 따뜻한 겨울을
전주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수급자 2만326세대(3만942명), 차상위 7513세대(9603명), 독거노인 1만2377명, 소년소년가정 및 위탁가정 126세대(151명), 한부모가정 2304세대(5794명) 등 저소득층 가구 4만2646세대(5만8867명)와 전주에 자리 잡고있는 노인·장애인·여성·아동 등 사회복지 생활시설 86개소, 경로당 등 사회복지 이용시설 700개소 등 사회복지시설 786개소에 있어 겨울은 급증하는 난방비로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계절이다.
가구원의 질병·실직·방임 등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처한 가정과 난방을 목적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체납에 따른 도시가스 중단 위기에 있는 계층,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로 본인을 포함 가구원이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만 6세 미만 영유아·등록장애인·임산부·중증 질환자 등 주변에는 온정의 손길이 요구되는 이웃이 여전하다.
시는 이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내년 2월까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연계해 3억1500만원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십시일반 걷힌 모금액은 난방비, 난방유, 급식, 연탄, 김장김치, 쌀, 생필품 등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2억8400만원을 시민들로부터 모금을 받아 저소득층 4359세대와 사회복지시설 341개소에 쓰였다.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는 전주시 상진신협 완산 15개 조합, 전주초등학교 4~6학년 자치모임, 한국전통문화고 동하이 회원, (주)코튼클럽, (주)신유건설, 전주병원, 명륜진사갈비, 러닝동호회 백미후원과, 전주 가맥협회, 라이온스클럽, 전주시설공단, 연탄은행 등 많은 단체와 개인후원자들이 있어 가능했다.

▲ 굶주림을 넘어 아이들의 미래 희망과 꿈을
전문급식업체가 새벽 2시부터 당일 조리한 엄마의 밥상은 아이들이 등교 전에 식사할 수 있도록 아침 7시면 전달된다. 일회용기가 아닌 보온용기에 담긴 아침밥은 아이들에게 있어 생존을 넘어 엄마가 해준 것과 같은 따뜻한 사랑과 다르지 않다.
엄마의 밥상은 김승수 전주시장이 민선6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행한 결재사업으로, 2014년 10월 18세 미만 결식우려 아동 및 청소년 120세대(183명)를 대상으로 시작했다. 대상아동은 지난 11월 기준 185세대(280명)으로 지속 확대됐다.
엄마의 밥상 지정기부 누계액은 7억2534만4000원에 이르며, 기부자 누계건수도 1553건에 달한다. 기부자는 개인, 자생단체, 봉사단체, 동호회 등 다양한 계층 참여 기부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시행초기부터 현재까지 기부하고 있는 대상자도 상당수다.
울산에서 특수강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30대 기업가는 아이들의 편지가 나온 뉴스를 보고 본인이 배고팠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100년간 매월 정기후원을 약속하고 현재에도 지속 지원하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에 사는 40·50대 가정주부는 엄마의 밥상 후원을 위해 2015년 1월 6명이 햇살동호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부를 시작, 현재회원이 25명까지 늘어나 매월 후원하고 있다.
(사)한우협회전북도지회 또한 2017년도부터 2000만원 상당 식자재를 후원하고 있으며, 전주 김판쇠 우족탕 또한 2018년도부터 매주 190인분의 우족탕을 후원하고 있다.
특히 휴비스는 5년 동안 엄마의 밥상과 지혜의 반찬에 1억원을 기탁해 지역 향토기업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나눔을 실천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연을 갖고 후원금이나 후원물품을 정기적으로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엄마의 밥상은 아이들의 허기를 달랠 뿐 아니라 지혜를 전달하는 데 발전했다. 지혜의 반찬은 엄마의 밥상을 지원 받던 아이가 맨날 남이 보던 책 말고 새 책을 갖고 싶다는 아동의 욕구를 시가 받아들여 2016년 4월 시작하게 됐다. 현재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여름·겨울방학 각 2권씩 희망도서를 지원하고 있다.
엄마의 밥상, 지혜의 반찬은 복지정책을 넘어 일자리 창출, 동네서점 지원 등 지역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엄마의 밥상을 통해 급식지원업체 새벽반 11명이 신규 채용됐으며, 전주시 서점조합을 통해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지혜의 반찬으로 영세 서점까지 보듬는 지역복지를 구축했다.
이는 민간 후원금 모집을 통한 비예산 사업으로 민·관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계기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다각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미래의 꿈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 시가 아동·청소년기에 요구되는 추가정책 발굴·추진 노력하도록 작용하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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