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이 중국 청두에서 만나 양국 최대 현안인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큰 결단을 위한 합의는 없었다. 문재인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15개월 만에 정식으로 만나는 회담이었단 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수출규제가 결국 일본에도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상생에 대한 통 큰 정치적 타협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만큼 이젠 물꼬를 틀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회담에서 문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수출규제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베총리 역시 한일관계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의 갈등상태를 지속해선 안 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아베총리는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이 끝난 만큼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대통령 역시 대법원 판결에 정부는 관여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 양정상이 근본원인을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동반되지 않으면 절대 다가설 수 없는 현안이란 점에서 해법을 찾자고 만난 자리는 결국 양국 입장만 재확인한 자리가 된 셈이다.
특히 정상간 대화시작을 갈등해결을 위한 새 국면 전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 양국의 접점 없는 평행선 확인이라면 결국 진행형에 대한 준비와 대비 강화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케 한 것 일수도 있단 분석은 분명 새겨들을 대목이다.
정상회담 이후 벌써부터 일본 내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이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를 현실화 할 경우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 낙관적인 부분만 보다가 다시금 무방비로 당할 수도 있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기에 만남의 시작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걱정 역시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과의 갈등은 여전하고 이의 해소를 위한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우리에게 더욱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 있어선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고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불사 할 수 있음을 지금 우리는 우방이라고 믿었던 국가로부터 학습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도 버틸 수 있는 체질강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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