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신체 중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 뇌다. 성인의 두뇌 무게는 체중의 2퍼센트 정도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총에너지의 평균 약 20퍼센트에 달한다. 뇌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뇌에 근접해 있는 귀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귀가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모른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귀는 소리를 들을 때, 신체의 균형을 잡을 때 정도로만 쓰이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귀는 신체의 축소판으로 불릴 만큼 모든 신체기관과 연결된 미세한 신경과 혈관이 모여 있다. 귀가 망가지면 소를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도 잡을 수 없고 신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혼자 살지 않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사회에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소통은 주로 ‘말하기’와 ‘듣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말하기와 듣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난조로 말하거나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제대로 된 말하기와 듣기라고 볼 수 없다. 영국속담에 “말을 많이 하게 되면 후회가 늘고 많이 듣게 되면 지혜가 는다”는 말이 있다. 미국 시인이자 평론가인 올리버 웬들 홈스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라고 이야기 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말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귀를 통해서 경청하는 능력과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경청은 신체 구조상 매우 어렵다고 한다. 어느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사람은 1분에 150-250단어의 말을 할 수 있고, 뇌는 1분에 400-800단어의 정보처리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뇌는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도 시간이 남아 우리의 정신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게 된다. 반면에 눈은 1초에 5백만 가지 정보를 인식할 수 있으나 정신은 단지 500가지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관심 있고 흥미로운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스위스 정신과 의사 폴 투르니에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절반만 듣고, 들은 것의 절반만 이해하며 이해한 것의 절반만을 믿는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믿는 것의 절반만 겨우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소통의 중요한 전제가 바로 경청임을 강조한 것이다.
경청능력과 공감능력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경청능력은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듣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능력은 다른 사람이 즐거워하면 함께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이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는 것처럼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을 하려면 우선 경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청 그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계속 집중해야 하고, 상대방의 대화 내용에만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처럼 생각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대화하려는 의도를 이해하게 되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이야기하는 ‘몰입’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공감능력이 탁월한 사람으로는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들 수 있다. 그녀는 토크쇼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며, 그것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다섯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첫째는?항상 진솔한 자세로 말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둘째는?아픔을 함께 하는 자세로 말하여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셋째는?항상 긍정적으로 말한다.?넷째는?사랑스럽고 따뜻한 표정으로 대화한다.?다섯째는?말할 때는 상대방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여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원활한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경청을 하기 보다는 말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 생각이 옳다거나 내 방식대로 결론내거나 상대방의 말을 자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할 때 ‘다른’ 사람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경우가 많고, 들을 때에는 ‘자신’에 관한 것만 들으려고 한다. 이러면 경청도 되지 않고 더 더욱 공감은 멀어지게 된다.
원활한 소통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말할 때 ‘나’에 대해서만 말하고, 들을 때는 ‘너’에 대해서만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타인이 하는 말은 공감으로 듣는 것이다. 경청과 공감은 배움을 얻고 지혜를 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경청과 공감은 인간관계를 친밀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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